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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부녀

by 꿈치

늦은 저녁 불 꺼진 거실에서

브라운관 TV 불 빛이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내가 비치고 있을 때

정확히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잘못한 사람의 특)

어떤 나의 행동 때문에 할머니께서는 화가 단단히 나셨다.

그래서 그날은 파리를 잡으라고 만들어 지금껏 그 역할을 충실히 해오던

파리채로 내가 잡히던 날이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본인의 몸으로 나를 감싸시고

대신 파리채에 잡히셨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파리들을 잡아보았지만

자기 자식을 대신하여 파리채에 잡히는 아빠 파리는 본 적이 없다.


지금도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찰싹대던 소리와 바람이 생생 하다.


(파리에서의 우아하고 럭셔리한 부녀의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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