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슈퍼가 세 곳이나 되었다.
첫 번째는 동네를 들어가기 전 큰길 옆에 있었는데 그곳 아주머니가 나는 조금 무서웠다.
두 번째는 동네 안쪽에 위치한 작은 슈퍼도 있었는데 그곳 할아버지가 나는 조금 무서웠다.
아마 그분들께서는 어린아이가 혼자 들어오니 구경만 하다 갈 거 같아서 관심이 없으셨던 건데
나는 그것이 조금은 시린 느낌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우리 동네의 주출입로라 할 수 있는 길 바로 옆에 있는 슈퍼이다.
2층 구조의 건물로, 위층은 슈퍼 주인 분들의 가정집이었고, 아래층에서 슈퍼를 운영하셨다.
이 슈퍼는 우리 동네의 간판과 같은 존재였다.
왜냐하면 간판에 새겨진 이름이 '노루메슈퍼'라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 동네가 '노루메'라는 걸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슈퍼여서 사람들도 많이 들리는 곳이었다.
내가 처음 이사 왔을 때 그곳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운영하고 계셨다.
그런데 그분들의 아들이신, 이른바'슈퍼 아저씨'께서는 나를 매우 예뻐해 주셨다.
엄마 없이 시골동네로 이사를 온 사정을 아시고는 더욱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것 같다.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물건을 사러 갔을 때, 그리고 혼자 과자를 사 먹으러 갔을 때
그 슈퍼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저씨께서 항상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가끔은 주인 할머님 몰래 막대사탕을 쥐어주기도 하셨다.
가끔 쥐어주신 그 막대사탕은 나에게는 보너스와도 같아서
나의 입가를 환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저씨께서 안 계신 날에는 서운해서였을까
물건을 사지도 않고 그냥 나온 적도 있다.
28년이 지난 지금도 저 멀리서부터 나를 알아보시고는 차를 세워 변함없는 반가움으로 인사를 건네주신다.
항상 별일은 없는지, 건강은 한지, 가족분들은 안녕하신지 물어봐주신다.
(가족분들은 여전히 살고 계시지만 이제 이 동네에는'노루메슈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보너스 막대사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