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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그네

by 꿈치

노루메 슈퍼 앞에는 작은 공터가 있었다.

그 공터에 나무들이 조금 있었는데

그 나무들 중 한 나무에 슈퍼 할아버지께서

그네를 하나 매달아 놓으셨다.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 놓으신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 그네는 우리 동네에 유일한 그네였다.

봄이 지나 여름이 왔을 쯤

아직 봄기운이 남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그 공터의 나무그늘로 들어가

나무에 매달린 그네를 탈 때면

가슴이 간질간질하면서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따뜻함과 편안함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분명 평안함에서 오는 행복이었다.

차도 사람도 많지 않았던, 그래서 소음도 눈치도 없던,

그곳에 있는 것은 살랑한 바람에 이는 작은 풀잎들의 소리와

구름이 고요히 지나가는 소리뿐이던

바로 그때에만 누릴 수 있었던 평안이다.

유일한 나무그네는 동네 친구들과도 가끔 들리곤 했다.

늘 있는 그네라 가끔씩만 탔는데

조금 더 타 볼걸... 후회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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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그네는 공터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그곳의 작은 풀들과 함께 힘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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