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교환기입니다.
나는
월 1회, 회사에서 당직을 한다.
당직이 뭐냐면,
회사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집을 간다는 뜻이다.
총각 때는 잘 몰랐는데,
아이가 둘이니,
꽤나 당직이 좋다.
(여보 미안해...)
그날은 월 1회, 기분 좋은 날이었다.
오후 7시,
누군가 노크를 하며, 문을 열고 말했다.
"선생님, 뭐 좀 물어볼게요"
"네, 말씀하세요"
"선생님 설비담당이시죠?"
밖에서 타는 냄새가 나요!!
타는 냄새라니??
불이 났나 싶었다.
타는 냄새가 난다는 장소로 향했다.
이윽고 1층 로비에 도착했다.
그리고
천장에 설치된 후드캡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확인해 보니, 후드캡이 보였고,
한쪽 구멍에서는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바람을 내뿜는 구멍에서 탄 냄새가 난다고 했다."
내 전공은 건축설비,
후드캡은 내 분야이므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전열교환기라는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은 실내 공기를 밖으로 빼며,
동시에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넣어주는 기계식 환기장치라고
설명하며,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2개의 구멍은
전열교환기가 숨을 쉬는 구멍이라고 설명했다.
한쪽 구멍에서는 바람이 나오며(토출),
다른 구멍에서는 바람을 흡입한다고 쉽게 설명했다.
그런데 왜?
토출구의 바람에서 탄 냄새가 났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실내에서 엘리베이터 공사를 진행 중인데,
아마도 공사하며 발생한 실내 냄새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드렸다.
즉, 실내의 냄새를 밖으로 토출 시키니
그 냄새가 마치 타는 냄새를 연상케 한 것이다.
그렇게
궁금증을 해결한 직원분은
웃으며, 감사의 말씀을 남겼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셨다.
전열교환기는 우리 일상생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흔히, 공기 순환기라고 불리는 녀석인데,
법적 공식 명칭은 전열교환기다.
신축아파트나, 신축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사실 아직도 10명 중 9명은 모른다.
왜 모를까?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건축설비인으로서,
이 부분을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소화기처럼 흔한 녀석인데,
숨어있다는 이유하나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무튼,
집에 이 녀석이 설치되어 있다면?
적극 활용하여
쾌적한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