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理致
초보시절 영어를 만났을 때
그 많은 단어들을 어떻게 기억하나 하는 조바심으로
소사전을 찢어가며 상징적인 뜻만을 달달 외우다 늪속에 갇혀버린 세월이나
그것만이 최선이라고
전부라고 믿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 미미해지고
폐차된 자가용이 몇 대인지 더듬거려지는 오늘을
잠시 비우고
가족이 주는 의미가 무언지 확인하여야만 되는
서글픔을 인정하며 떠난 여행
투명한 바다가
스미는 바람이
한적한 도시가
너무나 비교되는 낯선 땅이지만
언젠가 한 번쯤 지나쳐버린 그 도로를 회상하며 걷는듯한 착각이 자연스러운 나이
삼만 번의 스윙이 한 번의 동작으로 기억되는 탁구처럼
의식되지 않는 쉬운 영어단어들이 그 의미를 찾아가듯
순리대로 하루를 보내는 오늘이 숨겨놓은 보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