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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

by 차주도

아버지와 나


그 남자의 기억은
40대 끝자락부터

세상의 짐을 끌어안고
세척 洗滌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실 근면의 표상 表象.

젊을 때도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정년 停年을 다 채우고 나서는
옷 만드는 공장에서
보직 補職은 시아게
비공식 야간 대빵.

직원들 퇴근 시에
한두 장의 옷을 슬쩍한다고
수시로 귀띔 하는 충고 忠告에
“눈 감고 그냥 월급 더 줬다고 생각한다"라고 답 答하니
빡!
귀싸대기 한 대 때리고는
용두동에서 아차산까지
눈발 내린 거리를 새벽에
혼자 걸어가는 심정은 어땠을까?

꽃단장 마무리된 봄날에
그 우직한 돈키호테의
귀싸대기 한 대
더 맞고 싶은데

… 아버지.


시작 노트


꿈에 아버지가 보였습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아버지는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셨고
어머니는 군북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며 우리를 키우는 삶인지라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가끔씩 얼굴을 뵌 정도이기에
유년기 幼年期의 추억 追憶은 희미한 기억일 뿐
부자지간의 교감 交感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늘 아버지와 나는 애증 愛憎이 따라다니는 관계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홉 이후 아버지가 하늘로 돌아가실 때까지 칠십 년의 생활 속에
닮지 않으려 무던히 외면 外面했던 시간들이
딱 그만한 나이가 되니
전부가 이해되고 그리워지니
핏줄의 인연 因緣이라 단정 짓습니다.

오늘 꿈속일지라도
애정 愛情 실린 뺨 한 대
더 맞고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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