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 여행기 1일차 (2025. 04. 07.)
살면서 한 번쯤은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보고 싶었다.
현지인이 된 듯, 정처 없이 거리를 거닐며 그곳만의 정서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까짓거, 한 번 시도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목적지는 일본 후쿠오카.
가깝고, 예산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대학생인 나에게는 첫 혼자 여행지로 제격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도 머물고 싶었다.
당시의 나는 답답함이 많았고, 대한민국 밖의 세상이 궁금했다.
낯선 이들과 같은 공간을 나누며 그들의 삶과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내향적인 성격의 나에게 그것은 작은 모험이자 큰 도전이었기에
설렘과 긴장을 함께 안고 후쿠오카로 향했다.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입국장을 나서자, “Welcome to FUKUOKA”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정말 후쿠오카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밀려왔다.
숙소는 3박 4일 동안 머물 게스트하우스 나카이마.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해, 걸음을 옮기며 들어가자 마치 비밀 아지트로 들어선 느낌이었다.
그 은밀함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카운터에는 나이 지긋한 직원이 앉아 있었다.
숙박세 600엔(1박당 200엔)을 내야 했는데, 나는 실수로 10,000엔을 건넸다.
직원은 잠시 갸우뚱하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히 거스름돈을 주었다.
괜스레 민망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체크인을 마친 뒤, 직원은 방과 이용 수칙을 안내했다.
밤 9시 이후에는 문이 잠기고,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핀코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도어락은 눌러도 바로 열리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면 ‘철컥’ 하고 열렸다.
느릿한 속도가 일본 특유의 여유로움처럼 느껴졌다.
2층에는 혼성 도미토리 룸과 작은 부엌이 있었다.
그 위층, 3층은 여성 전용 도미토리 룸.
나는 여성 전용을 예약했기에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배정받은 방 문을 열자, 한쪽에 커다란 캐리어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이미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 듯했다.
'어떤 사람일까?' 작은 기대와 호기심이 스쳤다.
짐을 정리한 뒤, 거리로 나섰다.
숙소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하카타역 근처가 아니라 기온역 근처에 있어 한적했다.
골목마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렸고, 그 사이로 현지인들의 느긋한 일상이 스며 있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라멘 맛집 “$nooup(스눕)” 으로 향했다.
여행 중이면 늘 익숙하지 않은 맛을 찾아다니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조금 색다른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그 이름은 토마토 치즈 라멘.
토마토와 라멘이라니, 상상 속에서는 다소 낯설었지만
곧 내 앞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그릇이 내려졌다.
한 숟갈 떠보니 의외로 잘 어울렸다.
국물은 칼칼한 스파게티 같았고, 면은 쫄깃했다.
치즈는 국물에 녹아 부드럽게 감싸주었고, 토마토의 산미가 느끼함을 잡아줬다.
다만 조금만 더 매콤했더라면, 나에겐 완벽한 여행의 한 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후쿠오카로 가는 길, 대형 슈퍼마켓이 보여 잠시 들렀다.
즉흥적으로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자유여행의 묘미 아닌가.
안쪽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일본에 올 때마다 맛있게 먹었던 당고를 발견해 샀다.
슈퍼마켓 안을 거닐며 잠시나마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 기분이었다.
4월 초, 후쿠오카 성터엔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그림 속을 거니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따뜻해진 순간도 있었다.
벚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 혼자 애쓰고 있는데,
지나가던 외국인 여성분이 다가와 "take a picture?" 라고 물어보셨다.
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건네주었고, 그녀는 몇 장을 찍어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나도 그녀를 찍어주었다.
요즘 서로 무관심한 세상에서 작은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꼈다.
후쿠오카 성터에서 15분 거리, 오호리 공원도 갔다.
우리나라 공원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현지인들의 일상을 살짝 엿보고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내가 지금 대한민국을 벗어난 '이방인'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이 골목길을 걸었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져 한숨을 길게 푹-- 쉬었다.
건물 외벽의 색상,
자전거 타고 갈 길 가는 사람들,
노을 진 하늘,
밤 되자 서서히 켜지는 불빛들.
이 모든 요소가 모여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조금 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시간이 좀 있어서 마지막으로 츠타야 서점 롯폰마츠점에 가기로 했다.
구경하다 문득, 일본 사람들은 한국어를 어떻게 공부할까 궁금해졌다.
한국어 문제집을 찾아, 어떤 내용이 있는지 슬쩍 들여다봤다.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한국에서 가져온 김영하 작가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도 읽었다.
일본 서점에서 한국 책을 읽고 있다는, 묘하게 모순된 상황이 웃음을 자아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덧 8시가 되었다.
첫날이기도 해서 일찍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제 3박4일 동안 함께할 룸메이트 만난다니, 그것도 다른 나라 사람이다.
가는 길에 영어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중얼거리기도 했다.
방문 앞에 서자 안에서는 활기찬 대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노크 후 들어가니 동양인 한 명과 흑인 한 명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자 밝게 반겨주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나는 처음엔 쉽게 섞이지 못했지만,
그들이 스스럼없이 대해주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어
어느 순간 자연스레 그 집단에 스며들고 있었다.
한 분은 대만 사람, 한 분은 영국 사람으로,
나이도 각각 29살과 40대 초반으로 나보다 훨씬 많았다.
여행 계획, 가족, 직업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속 얘기가 절로 나왔다.
영어 실력이 걱정되었지만, 생각보다 문제되지 않았다.
서로 소통하려는 마음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저 마인드의 차이일 뿐이었다.
우리나라랑은 다른 '그들의 일상' 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세상은 이렇게 넓고 무궁무진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그리고 아직 내가 나아갈 수 있는 세계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