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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원더 (2) : 아메리칸 드림

읽는 영화_시나리오

by 김솔한

용어 설명

V.O.(보이스 오버) : 연기자나 해설자 등이 화면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대사나 해설 등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디졸브 : 앞 장면이 서서히 사라지고 다른 장면이 서서히 나타나는것.

CUT TO(컷 투) : 시간경과


“본 이야기는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들을 극적으로 각색한 것으로서 몇몇 장면들은 지극히 허구적인 추측과 요약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11. 실내/사무실/낮


사무실에서 신문을 읽는 진영 아래로 ‘2009년’이라는 자막이 나타난다.

이후 책상 위에 신문을 탁 내려놓는 진영의 손과 “한국 버리고 미국 진출 선언…성급한 판단 우려.”라는 기사 제목이 보인다. 기사를 본 진영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천장을 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다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고 “원더걸스, 미국 최대 연예 에이전시 CAA와 계약”이 적힌 또 다른 신문이 잘 보이도록 책상 위를 재정렬한 뒤 밖으로 나선다.


12. 실내/차량 안/낮


진영은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하며 어디론가 이동 중이다. 이윽고 걸려오는 전화.


마케팅 매니저 (V.O.)

기사 봤어요? 영어 실력이 어떻니, 가창력이 어떻니…


진영

(무심하게) 봤지.


마케팅 매니저 (V.O.)

댓글에 악플도 장난 아니예요. 징글징글하네요, 진짜.


진영

나도 봤어. 근데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


마케팅 매니저 (V.O.)

네, 저기…


진영은 마케팅 매니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는다. 조금은 신경질적인 그의 모습.


13. 실내/사무실/낮


한편 사무실에서 전화 중이던 마케팅 매니저. 그녀는 신호가 끊긴 자신의 핸드폰을 보며 어이없어 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선예.


선예

PD님이예요?


마케팅 매니저

응. 거의 다 온 것 같아.


선예

네, 밑에서 기다릴게요.


마케팅 매니저

응, 다녀와.


14. 실내/선예의 집/낮


카메라는 선예의 집 이곳저곳을 비춘다. 대한민국의 전형적이고 평범한 가정집. 차갑고 비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거실 곳곳에 보이는 사진들. 선예가 조부모님과 찍은 사진들로 가득하다. 아버지와 찍은 사진은 단 하나뿐인데, 사진 속 선예의 낯빛이 어둡다.

그리고 거실에, 조그만 밥상을 앞에 두고 양반다리로 앉은 세 사람. (선예 부, 진영, 선예) 진영과 선예가 한쪽에, 선예 부가 반대쪽에 앉아있다. 셋 다 어두운 표정이고 공기는 무거운데, 그러던 와중에 선예 부가 말을 꺼낸다.


선예 부

…하여튼 안된다.


선예

(조그만 목소리로) …해준 것도 없으면서.


선예는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는데, 문이 꽤 세게 닫힌다. 부녀 싸움에 끼어든 진영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결국 어렵게 말을 꺼낸다.


진영

아버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진짜 둘도 없는 기회예요.


선예 부

…안됩니다.


진영은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린다.


진영

(매우 아쉬운 듯) 아버님…


그때 갑자기 선예 부가 거칠게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소리는 오랫동안 이어지고 그의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하다.


선예 부는 기침이 잦아들자 힘겹게 말을 잇는다.


선예 부

…이제는, 콜록, 딸과 멀리, 크흠, 떨어져 있기 싫을 뿐입니다. 또 거기 가서 고생할 것도 뻔하구요…


진영은 그의 진심을 느꼈는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한다.


선예 부

선예 어릴 때 이혼하고, 애비가 돼서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고…뻔한 후회지요.


진영

예…


선예 부와 진영은 애먼 밥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꽤 오랜 시간 정적이 흐르고…


선예 부

…근데 다 제 욕심이지요. 이제 와서 같이 있겠다는 것도…


진영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선예 부를 응시한다.


선예 부

어쩌겠습니까, 자식이 하고 싶다는데.


선예 부와 진영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15. 실내/선미의 집/저녁


진영은 문밖에 서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방 안을 지켜본다. 문틈으로는 선미와 그녀의 동생들이 보인다. (동생들 각각 13세, 15세.) 선미는 양옆에 동생들을 두고 침대 위에서 얘기를 나누는 중이다.


둘째 남동생

(조금 울먹거리며) 일찍 돌아올거지?


선미

당연하지. 한국에도 자주 올거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둘째에 비해 첫째 남동생은 뚱한 표정이다. 선미는 남동생들의 어깨에 다정하게 팔을 두르지만, 그래도 첫째의 표정은 풀리지 않는다.


첫째 남동생

(퉁명스럽게) 돈이나 많이 벌어와.


러자 선미는 그의 엉덩이를 장난스레 툭 친다.


선미

이 자식이…


한편, 문틈으로 그들을 지켜보는 근심가득한 표정의 진영이 보인다.


16. 실내/진영의 차 안/저녁


늦은 저녁, 진영이 조수석에 선미를 태우고 이동 중이다. 창밖을 보는 선미의 눈에는 도시의 불빛이 슬프게 담겼다. 운전하는 진영의 표정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진영

선미야, 넌 꿈이 뭐야?


진영이 침묵 속에서 불현듯 말을 건다. 선미는 여전히 창밖을 보며 말한다.


선미

세계 최고가 되는 거요…


그러자 진영은 작게 미소 짓는다. 조금 슬퍼 보이는 표정의 선미를 옆에 둔 채.


17. 공연 몽타주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는 원더걸스 멤버들. ‘The 1st Wonder’, ‘원더걸스 첫 단독 공연’이라는 자막이 순서대로 나타난다. 멤버들은 그들의 히트곡인 ‘So Hot’, ‘Nobody’를 열창하는데, 무대와 배경이 바뀌면서 ‘태국 방콕’, ‘미국 로스 앤젤레스’, ‘미국 뉴욕’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자막이 순차적으로 뜬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서울에서의 공연에서, 노래가 끝나고 멤버들은 엔딩 포즈를 취한다.


18. 실내/승합차 안/밤


어둡고 덜컹거리는 승합차 안, 원더걸스 멤버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이윽고 오렌지색 불빛이 켜지면, 조수석에서 뒤쪽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진영의 모습이 보인다.


진영

자 일어나! 다 왔어.


그러자 원더걸스 멤버들은 힘겨운 신음을 내뱉는다.


19. 실내/숙소/밤


원더걸스 숙소 안. 여기저기 흩어진 캐리어 위로 멤버들이 자신의 짐을 나른다.


선미

(자신의 캐리어에서 티셔츠 하나를 집어들며) 이거 내꺼 아닌데…?


그러자 선미 근처에서 짐을 싸던 예은이 쳐다본다.


예은

어? 내꺼다. (선미에게서 옷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미안해!


선미

아 언니!


그리고 진영은 거실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멤버들을 지켜본다.


진영

(최대한 상냥하게) 얘들아…조금만 더 빨리!


한편 선예는 다른 멤버들과 상반된 모습으로 여유롭게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그러다 진영과 시선이 마주치는데,


진영

다 챙겼어?


선예

(싱긋 웃으며) 저는 진작에 다 했죠.


진영

어유, 잘했다.


그때 모자 하나가 날아오고, 선예는 피한다. 범인은 유빈이다. 유빈은 호쾌하게 웃는다.


유빈

뭐야. 거기까지 날아갔냐? 나 패스 좀.


이에 진영이 대신 모자를 잡아 던진다. 유빈은 안정적으로 받아내고, “나이스!”하고 작게 소리친다.

그리고 유빈의 뒤쪽은 여전히 정신없다. 선미와 예은은 자기네들끼리 또 뭔가를 다급하게 얘기중이고, 소희는 캐리어 근처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20. 실내/승합차 안/새벽


조수석에서 입을 벌린 채 졸고 있는 진영. 뒷좌석에서 조금씩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지나고 창틈 사이로 불빛이 스며들면, 울고 있는 선미가 보인다.


선예

(어깨에 손을 올리며) 괜찮아?


선예와 선미를 제외한 멤버들은 모두 깊은 잠에 취해 있다. 선미는 선예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얼굴을 가리고 계속 훌쩍인다.


선미

작별인사도 못했어…


한편 진영은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다. 선예도 조금 눈물을 훔치지만, 승합차는 계속해서 어둠 속을 달린다.


21. 출국현장 몽타주


승합차에서 진영과 원더걸스 멤버들이 피곤한 얼굴로 내리면, 플래시 세례가 터진다. 다들 당황하는 와중에, 진영이 먼저 인사하며 포즈를 취하자 멤버들도 따라한다.


CUT TO:

멤버들은 공항 내에서 이동한다. 팬과 기자들이 쫓아오고, 소란스럽다.


팬 1

(멤버들에게 빠르게 다가가며) 가지마!


그는 경호원에 의해 제지되기도 전에 팬들에게 제압당한다.


CUT TO:

멤버들은 여권 검사를 받는다. 검사하는 직원은 그들을 경외의 눈으로 쳐다본다.


CUT TO:

팬들은 옹기종기 모여 원더걸스 멤버들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다 마침내 그들이 시야에서 벗어나자 아쉬운 듯 소리친다. 손을 쭉뻗고 울먹거리는 팬들도 보인다.


22. 실외/맨해튼 도심/오전


유독 후줄근해보이는 차림의 멤버들과 진영이 맨해튼 도심에 멍하니 서있다. 여행용 가방을 메고 빌딩에 둘러싸여 있는 그들은 왠지 작아보인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백인들이 신기하다는 듯 한번씩 그들을 쓰윽 쳐다보는 건 덤이다.


진영

(빌딩을 올려다보는 멤버들에게) 뭐라도 먹자, 얘들아.


23. 실내/수제버거 가게/오전


멤버들과 진영은 피곤한 얼굴로 모여앉아 수제버거를 오물거린다.


24. 실외/페리/오후


쨍쨍한 햇빛이 허드슨 강 표면에서 반짝거리고, 페리가 물살을 헤치며 나아간다. 난간에 손을 올리고 경치를 구경하는 원더걸스 멤버들 사이로 자유의 여신상이 조그맣게 보인다. 한편 진영은 익숙하다는 듯 여신상을 등지고 난간에 기대 바람을 만끽한다.


예은

(진영에게) PD님, 크루즈 탈 걸 그랬어요.


진영

비싸기만 하고 별 거 없어.


예은

예, 뭐…근데 너무 멀어요.


예은은 자신의 손가락 사이에 자유의 여신상을 넣어본다.


진영

(돌아서서 여신상을 보며) 뭐…그렇긴 하네.


25. 맨해튼 여행 몽타주


원더걸스 멤버들은 전보다 신나보이는 얼굴로 관광중이다. 관광지가 바뀔 때마다 옷이 바뀌어 있는 것이, 아무래도 여러 날에 걸쳐 여행한 것 같다. 다만 그들 곁에 진영은 없다. 센트럴 파크를 걸을 때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 계단을 걸어갈 때도, 브루클린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록펠러 센터 야외식당에 앉아 수다를 즐길 때도, 진영은 보이지 않는다.


26. 실내/복도/오전


어느 복도. 양복을 빼입은 진영은 의자 위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잠시 후 선글라스 낀 백인이 다가오면, 진영은 헐레벌떡 일어나 악수를 청한다. 과하게 굽신거리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다. 백인은 진영을 보고 너털웃음을 짓고, 자신은 어디로 가봐야 한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자 진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진영

(백인을 떠나보낸 후) 에휴…


진영은 의자에 힘없이 주저 앉는다. 그리고 자신 옆에 있던 음료수를 들어 홀짝인다.


27. 실외/옥상/오후


진영은 어느 옥상에서 햇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누군가와 통화한다.


진영

형 CAA 알지? 미국 최대 에이전시! (잠시 상대의 말을 듣고) 에이, 나도 알지. 근데 계약한 게 다가 아니더라고…절차가 복잡해. 윌 스미스랑 비욘세도 이렇게 시작했겠지, 응. 아니 근데…


진영의 목소리는 도시의 소음에 묻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전화하며 몸을 움직이는 진영의 뒷모습은 마치 거대한 도시와의 사투처럼 보이기도 한다.


28. 실내/사무실/저녁


JYP USA (JYP 미국 지사) 사무실. 컴퓨터 앞에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옆책상에선 진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멤버들은 화면을 가리키며 자기네들끼리 쑥덕인다. 그들이 보고 있는 건 자신들의 팬카페다.


예은

벌써 회원 수가 줄어들었어.


마우스를 쥐고 대표로 컴퓨터를 제어하던 예은이 한소리 하자, 주위의 멤버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그리고 비교적 멀리서 지켜보던 선미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선미

철새 팬들…


그러자 멤버들은 모두 웃음이 터진다.


선예

(선미를 툭치며) 팬들보고 철새라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선예 역시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다만 진영만이 웃지 않고 누군가와 통화하며 자신의 일에 열중할 뿐이다.


29. 실외/수제버거 가게/낮


전에 갔던 수제버거 가게 밖 테라스에서 진영과 멤버들은 또 버거를 오물거린다. 무료한 표정의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볼 뿐이다.


유빈

(제일 먼저 버거를 다 먹고) 이제 뭐하지…


소희

(계속 오물거리며) 진짜 뭐하지.


이에 진영이 먹다 말고 멤버들의 눈치를 조금 보더니, 예은의 약간 사나워 보이는 눈빛과 마주치자 헛기침을 한다.


진영

기다려 봐. 좀 있으면 일이 생길거야.


원더걸스 멤버들은 침묵한다.


진영

바쁘게 만들어줄게.


CUT TO:

모두들 자리를 비우고 예은과 진영만이 남았다. 진영은 영수증 여러 개를 식탁 위에 펼치고 핸드폰과 번갈아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예은은 반대편에 앉아 팔짱을 끼고 진영을 쳐다본다.


진영

(계속 계산하며) 예은아, 넌 계산 다했어?


예은

네. 다시 계산 안해도 된다니까요.


그러나 진영은 계속 계산에 몰두하고, 예은은 조금 슬픈 얼굴이 되어 조심스레 말을 건다.


예은

…PD님.


진영

…응?


예은

저희도 지소울이나 임정희 언니처럼 되는 거 아니겠죠?


진영은 놀란 표정으로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진영

응?


예은

(슬프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미국에서 활동도 못해보고…다시 한국 가는 거 아니죠?


때마침 바람이 불어 진영이 계산하던 영수증 하나가 날아간다. 그러나 진영은 신경쓰지 않는다.


진영

예은아…


30. 실내/CAA 사무실 안팎/오후


진영은 책상에 앉아있는 비서에게 인사한다. 비서는 웃으며 응답하고, 손짓하며 사무실로 안내한다.

사무실에는 장면 26의 백인(CAA 직원)이 있다. 그는 혼자가 아니다. 사무실 중앙 소파에 앉아 누군가와 대화중이다. 바로 미국의 보이 밴드 ‘조나스 브라더스’ 멤버들의 아버지(이하 조나스 부)다.

CAA 직원과 조나스 부는 진영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CAA 직원의 주선에 의해 첫인사를 나누게 된 조나스 부와 진영. 그들은 살갑게 웃으며 악수한다.


31. 실내/연습실/저녁


원더걸스 멤버들은 힘없이 몸을 휘적댄다. 무료하고 권태로운 분위기가 연습실에 맴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고, 선예가 받으러 간다.

발신자 확인 후, 선예는 멤버들에게 입모양으로 힘주어 말한다.


선예

PD님이야, PD님!


그리고 선예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는다. 멤버들도 궁금한지 동작을 멈추고 선예에게 집중한다.


진영 (V.O.)

어, 선예야. 좋은 소식이야.


선예

네?


진영 (V.O.)

(흥분한 목소리로) 조나스 브라더스랑 같이 공연하기로 했어!


전화를 받은 선예도, 다른 멤버들도 갸우뚱한다.


유빈

…조나스 브라더스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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