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영화_시나리오
용어 설명
V.O.(보이스 오버) : 연기자나 해설자 등이 화면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대사나 해설 등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디졸브 : 앞 장면이 서서히 사라지고 다른 장면이 서서히 나타나는것.
CUT TO(컷 투) : 시간경과
“본 이야기는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들을 극적으로 각색한 것으로서 몇몇 장면들은 지극히 허구적인 추측과 요약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32. 실내/녹음실/오후
선미가 방음부스 안에서 ‘Nobody’ 영어버전을 녹음한다. 진영은 리듬을 타며 음악을 즐긴다.
진영
(녹음이 끝나자) 좋은데?
선미
(헤드셋을 벗으며) 잘 모르겠어요.
진영
좋아!
선미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방음부스 밖으로 나온다. 한편 진영 뒤에서 팔짱을 끼며 듣고 있던 유빈이 한마디 한다.
유빈
PD님, 그러니까, 이 버전으로 공연한다는 거죠?
진영
그래야지!
진영은 다시 음악을 틀어 어깨를 들썩인다. 그리고 유빈은 마침 옆에 온 선미와 시선을 주고받는다. 둘 다 조금은 걱정어린 얼굴이다.
진영
(계속 리듬을 타며, 유빈과 선미를 등진 채) 생각해봐. ‘10대들의 비틀즈’, 조나스랑 한 무대에…응? 지금은 오프닝 게스트지만 나중에는 우리 이름으로 전미투어도 뛰고…
유빈과 선미는 꿈틀대는 진영의 뒷모습을 보고 자기네들끼리 시선을 주고 받더니, 쿡, 하고 웃는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진 선미가 방음 부스 안으로 이동한다.
선미
(헤드셋을 끼며) 안 되겠어요. 한번만 더할게요.
진영
(조금 당황하지만) 어, 어 그래…
선미는 다시 ‘Nobody’를 부른다. 그 소리는 점점 작아진다…이후 디졸브
33. 실외/도로 및 인도/오전
인도에 서있는 멤버들에게 조금은 낡은, 그래도 튼튼해보이는 버스 하나가 다가온다. 버스를 본 멤버들은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인다. 그저 진영만 신나보일 뿐이다.
진영
(버스를 가리키며 장난스레) 인사해. 앞으로 함께할 친구야.
그리고 진영이 먼저 버스에 올라탄다.
34. 실내/투어버스/오전
뒤이어 멤버들도 버스에 올라타 내부를 구경하는데, 운전석부터 시작해서 식탁과 냉장고가 놓인 작은 부엌, 2층 침대 등을 둘러보며 반응이 제각각이다. 선예는 애써 웃으려 하고, 유빈은 “망했네요.”라고 털털하게 말한다. 그리고 소희는 말문이 막힌 채 충격적인 얼굴로 돌러보고, 선미는 곧이라도 울 것 같으며, 예은은 순진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신나한다.
진영
이제 여기가 집이야!
35. 실내/공연준비 몽타주/새벽 및 아침
어두운 버스. 불이 켜지면, 졸린 얼굴의 멤버들과 2층 침대 사이에 서있는 진영이 보인다.
진영
자, 자. 준비하자!
CUT TO:
헤어 담당과 메이크업 담당 스태프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소희는 졸린 얼굴로 메이크업을 받는다. 선미는 옆에서 하이힐을 낑낑거리며 신는다. 준비를 마친 나머진 멤버들은 서로 봐주며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CUT TO:
창밖으로 완전히 해가 떴다. 문밖으로 나가기 전 멤버들과 진영은 결의를 다진다. 다같이 손을 모은 뒤, 구호에 맞춰 두 번 내렸다가 올린다.
다같이
원더, 원더, 파이팅!
36. 실외/공연장 밖 도로/오전
조나스 브라더스 공연장 밖으로 벌써부터 대기하는 사람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원더걸스가 전에 공항에서 본 사람들의 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하지만 원더걸스 멤버들이 지나갈 때 어떠한 환호성도 없다. 약간의 웅성거림 속에서 멤버들과 진영은 긴장된 얼굴로 걷는다.
그들은 스타디움 벽면에 걸린 거대한 조나스 브라더스 포스터를 향해 걷는다. 마치 조나스 브라더스가 고고하게 내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37. 실외/공연장 밖/오후
공연장 바깥 길목, 작게 마련된 행사장.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의 오프닝 공연을 맡게 된 아티스트 팀들이 모여 싸인회를 열고 있다. 그중에는 원더걸스도 있다. 하지만 행사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원더걸스에게 싸인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진영은 울상이 된 멤버들 앞에서 전단지를 내밀며 열심히 홍보를 해보지만, 싸한 시선들만 돌아올 뿐이다.
38. 실내/공연장/저녁
단독공연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무대. 멤버들이 긴장한 얼굴로 자신들 앞에 놓여진 스탠딩 마이크를 잡아본다.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관객들이 보이면서, 두 가지 자막이 순차적으로 뜬다. “2009년 6월 27일, 오리건주 포틀랜드.”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 오프닝 공연”
선예는 관객들을 보고 침을 꼴깍 삼킨다. 그녀의 시선에서 관객들은 무대를 보지 않고 있다. 무슨 얘기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은 떠드는 학생들이고 선예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발표를 하러 나온 소심한 학생과도 같다. 선예의 얼굴이 창백하다.
예은
Hi everyone! (안녕하세요 여러분!)
선예는 꿈에서 깬 듯 깜짝 놀라 예은을 쳐다본다. 예은을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애써 웃어보인다.
그리고 선예의 눈빛이 돌아온다.
선예
We are… (저희는…)
원더걸스
Wonder Girls! (원더걸스예요!)
약간의 환호성이 관객석에서 들린다. 미약한 소리지만, 멤버들은 힘을 얻는다.
유빈
The first song we're going to sing is…‘Tell Me’! (첫 번째로 들려드릴 곡은 ‘Tell Me’입니다!)
‘Tell Me’의 전주가 흘러나오고, 멤버들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째 함성은 점점 작아지는 눈치다. 관객석은 조용하다.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외롭게 휘적거린다.
그리고 다시, 선예의 시선에서, 외면하는 관객들이 보인다. 겁에 질린 듯한 얼굴과 기계적인 춤동작은 묘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모습을 예은이 걱정스레 쳐다본다.
게다가 소희는 습관적으로 관중들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당연히 그 어떠한 반응도 없고…소희는 화들짝 놀라 마이크를 거둬들인다.
39. 실내/조나스 브라더스 대기실/밤
진영은 공연장 내부에 있는 대기실로 들어간다. 마침 진영을 기다리고 있던 조나스 부가 그를 반기고, 둘은 마주보고 앉는다.
조나스 부
So, what's going on? (그래서, 할 얘기가 뭐죠?)
진영은 긴장한다. 조나스 형제들은 진영이 들어온 걸 신경도 안쓰고 자기들끼리 얘기하기 바쁘다. 진영은 그들을 한 번 쓰윽 쳐다보더니 말을 꺼낸다.
진영
Can't we really teach the choreography before the show starts? (정말 공연 시작 전에 안무를 가르쳐선 안되나요?) …for a bigger reaction. (…더 큰 호응을 위해서요.)
그러자 조나스 부의 얼굴에서 친절함이 없어지고 불쾌한 기색이 감돈다.
조나스 부
No, I think I said that last time. There's a set time for the concert. (안됩니다. 그 얘기는 저번에도 했을 텐데요. 공연시간은 정해져 있어요.)
진영
But… (하지만…)
조나스 부
If you keep doing that, I'll let you sing one song, not two. I warned you. (자꾸 그러면 두 곡이 아니라 한 곡만 부르게 하겠어요. 나는 경고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Then I have to go now… (그럼 전 이만…)
조나스 부는 정말로 자리를 떠나버린다. 진영은 어이없어 하는데, 무언가 반박을 하려는 듯 일어서지만 근처에 서있던 거구 경호원의 눈길을 느끼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40. 실내/공연장 내 복도/밤
진영이 조나스 대기실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마케팅 매니저가 다가온다.
진영
(차가운 얼굴로) 애들은 들어갔어?
마케팅 매니저
네. 안된다죠?
진영
응.
마케팅 매니저
제가 얘기하지 말자 했잖아요. 이미지만 안 좋아져요.
진영은 차가운 얼굴로 복도를 계속 걷고, 마케팅 매니저는 그 뒤를 다급하게 쫓는다.
마케팅 매니저
이미 말이 돌고 있어요. 저희 잘릴 것 같다구요.
진영
…
마케팅 매니저
이제 겨우 한 번 공연했는데…열세번 다 못 채울 수도 있어요.
진영은 입을 꾹 닫고 계속해서 걷는다. 이에 마케팅 매니저도 포기하고 함께 걷는다.
41. 실내/투어버스 안/밤
덜컹거리며 이동하는 투어버스. 진영과 원더걸스 멤버들이 작은 식탁에 모여 컵라면을 먹는다. 침묵 속에서 먹는 소리만 들리고, 표정들이 침울하다.
그러다 젓가락질 몇 번에 김치가 사라지자, 유빈이 나지막이 궁시렁댄다.
유빈
아이씨…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저희 진짜 계속 이렇게 해요?
진영이 대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진영
그…얘들아. 내가 전에 얘기한 거 생각해봤어?
멤버들도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잠시 쩝쩝 소리만 들리더니, 선예가 대표로 말한다.
선예
저희가 직접 전단지 돌리는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진영
어…그거는 일단 내가 하고…우리 쪽에서 먼저 사진 찍자고 제의하는 거 말야.
예은
공연장 밖에 돌아다니면서요?
선미
(진영의 눈치를 보며) 그러니까…발품파는 거…
멤버들의 반응에 진영도 살짝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인다. 진영 역시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진영
안 다가오면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지.
멤버들은 애먼 라면을 괜히 휘적거리며 힘없이 대답한다.
원더걸스
네…
42. 실내/공연준비 몽타주/새벽 및 아침
어두운 버스. 불이 켜지면, 졸린 얼굴의 멤버들과 침대 사이에 서있는 진영이 보인다.
진영
자, 자. 준비하자!
CUT TO:
선미는 졸린 얼굴로 메이크업을 받는다. 소희는 옆에서 하이힐을 낑낑거리며 신는다. 준비를 마친 나머진 멤버들은 서로 봐주며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CUT TO:
창밖으로 완전히 해가 떴다. 문밖으로 나가기 전 멤버들과 진영은 결의를 다진다. 다같이 손을 모은 뒤, 구호에 맞춰 두 번 내렸다가 올린다.
다같이
(진영 빼고 약간 힘빠진 목소리로) 원더, 원더, 파이팅!
43. 실내/스타디움 내부, 무대 입구 근처/오후
원더걸스 멤버들은 표를 검사받고 스타디움 내부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객들을 향해 상냥하게 인사를 건넨다.
선예
Hello, we're Wonder Girls. Would you like to take a picture with us? (안녕하세요! 저희는 원더걸스예요. 저희랑 같이 사진 찍으실래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는가하면, 반겨주는 사람들도 있다. 멤버들은 그 어떤 사람이든 웃음으로 응대하며,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국말.
한국팬 1
저희 사진 찍어주세요!
유빈은 깜짝 놀라 뒤돌아 본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여성 둘이 원더걸스를 반기고 있다. 다른 멤버들도 그들을 확인하고, 예은과 선미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로 끝이 아니다. 어찌된 일인지 한국인 팬들이 대여섯명 더 찾아온다. 원더걸스 멤버들은 감동받은 얼굴로 싸인하고 사진 찍으며 얘기를 나눈다.
허나 잠시 후 높고 막힌 소리가 훼방을 놓는다.
백인 관객 1
Hey Chinese guys. Don't get in the way! (어이 중국 놈들아! 길 좀 막지마!)
멤버들과 한국인 팬들은 소스라친 채 소리친 백인 중년 여성을 바라본다. 그런데 불쾌함을 내비치는 사람은 그 관객 한 명 뿐만이 아니다. 성나보이는 얼굴들이 꽤 많다. 원더걸스 멤버들은 애써 웃는다.
선예
Haha…sorry. (하하…죄송해요.)
그러나 백인 관객 1은 사과를 무시하고 무안한 멤버들 사이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때 갑자기 들리는 소리.
한국팬 2 (V.O.)
언니!
유빈
(깜짝 놀라) 응?
한국팬 2
신경쓰지 마요.
한국팬 3
네. 신경 쓰지 마요!
한국팬들은 주먹을 꽉 쥔채 응원의 의미가 담긴 손짓을 하고 인사하며 떠난다. 원더걸스 멤버들은 말없이 감동받은 얼굴로 그들을 쳐다본다.
44. 실내/공연장/저녁
원더걸스 멤버들은 ‘Nobody’를 열창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시원찮다. 조롱과 비아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격한 호응도 없다. 무대 위의 이방인이 된 원더걸스 멤버들은 외롭게 사투한다.
한편 무대 뒤쪽에서는 진영과 마케팅 매니저가 공연을 지켜본다. 둘 다 착잡한 표정이다. 진영의 슬픈 눈과 맞물려 ‘Nobody’는 왠지 애처롭게 들린다.
45. 실내/투어버스 안/밤
전처럼 진영과 원더걸스 멤버들은 식탁에 모여앉아 간소한 밥을 먹는다. 이번에는 컵라면 뿐만 아니라 삼각김밥도 있다. 그것들을 멤버들은 말그대로 ‘흡입’한다. 마치 살기 위해서 먹는 것 같다. 또한 그들의 눈빛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전에 보였던 침울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다. 불평불만도 없다. 한동안 계속해서 먹는 소리만 울려 퍼진다. 투어버스는 여전히 덜컹거린다.
46. 실내/공연장/저녁
무대 위로 멤버들이 천천히 오른다. 그리고 나타나는 자막, “세 번째 오프닝 공연”
전과 다른 힘찬 발걸음. 멤버들은 힘차게 넓은 무대를 가로지른다. 그런데 선미가 무언가를 발견하는데…
선미
(선예의 어깨를 툭툭치며) 언니…
선예
응?
선미
마이크가 없어.
선예는 무대 위를 천천히 돌아본다. 늘상 보이던 스탠딩 마이크 다섯 개가 보이지 않는다. 멤버들은 애써 침착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다들 겁먹은 얼굴이다.
선미는 관객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들 역시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멤버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멤버들은 무대 위를 천천히 돌며 인사라도 해본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끌어본다.
무대 아래쪽에서 지켜보던 진영도 마이크가 없는 걸 확인하는데, 그는 걱정스런 얼굴로 까치발을 들고 목을 쭉 내민 채 멤버들을 살핀다. 그리고 한 흑인 스태프가 그에게 찾아온다.
흑인 스태프
(건성건성한 말투로) Sorry. It'll be ready soon. (죄송합니다. 곧 준비될 거예요.)
꽤 건방진 태도의 스태프가 자리를 떠나자, 마케팅 매니저가 진영에게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건다.
마케팅 매니저
이게 뭔 경우죠? 그동안 애들 저기 계속 세워둬요? 언제 될지 알고?
진영은 대답않고 부동자세로 생각에 잠긴다. 마케팅 매니저와 다른 한국인 스태프들은 그를 답답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마케팅 매니저
…PD님? 준비되기 전까지 내려오라 할까요?
마케팅 매니저의 말이 진영의 귓속에서 웅웅 울린다.
진영
…기회야.
마케팅 매니저
(어이없다는 듯) …네?
진영은 갑자기 무대 쪽으로 미친 사람처럼 뛰어간다. 뒤에선 그를 다급하게 부르고…
예은
…Shall we learn a dance? (그럼 우리 춤이나 배워볼까요?)
진영은 무대 쪽에서 들리는 예은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멈춘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환희에 차 작게 소리친다.
진영
(대견하다는 듯) 그렇지!
진영의 만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갑자기 들려오는 소희의 큰 목소리,
소희
Everybody stand up! (모두 일어나요!)
진영은 크게 웃으며, 감탄하는 얼굴로 소희를 올려다본다. 평소 조용하던 소희가 그러니 더욱 놀랍다.
예은
Raise your hand first… (먼저 손을 올리시고…)
예은은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따라하는 관객들이 많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호응이다. 멤버들은 시선을 교환하며 서로에게 웃어보인다.
마이크 없이, 비트 없이, “Nobody, nobody want you”하는 소리가 큰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여러 사람의 춤동작, 박수소리가 하나가 되는 순간 웅장함은 배가 된다.
47. 실내/대기실/밤
후련한 얼굴의 진영과 멤버들, 대기실 소파에 진이 빠져 앉아있다.
진영
잘했어 얘들아, 진짜 잘했어.
선예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예은
…잘릴 수도 있어. 어쨌든 허락 안 받고 춤 가르친 거니까.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예은
…그래도 후회는 없어.
진영
너네들은 최선을 다했어. 또 기회는 올거야.
진영의 갑작스런 명언의 멤버들은 피식 웃는다. 여유로운 웃음이다. 이제 더 이상 조급함은 없다. 될대로 되라는 듯 시원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대기실 스피커로 들리는 방송.
대기실 스피커
Team Wonder Girls, come to Jonas' office. (팀 원더걸스, 조나스 사무실로 오세요.)
진영과 멤버들은 올 것이 왔다는 듯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48. 실내/조나스 브라더스 대기실/밤
진영과 멤버들은 긴장된 얼굴로 조나스 브라더스 대기실로 들어선다. 대기실 공기는 무겁지만, 경호원도 없고 스태프도 적어서 그리 위압적이진 않다.
이후 알 수 없는 표정의 조나스 부가 그들을 방 한가운데에 앉히고 자신도 앉는다.
조나스 부
Sing one song from now on. ‘Nobody’. (이제부터 한곡만 부르세요. ‘Nobody’ 말이예요.)
잠시 충격이 진영과 멤버들 사이에 감돈다. 그러나 예상했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조나스 부
But… (하지만…)
조나스 부는 말을 하다 말고 뜸들인다. 이에 진영과 멤버들은 또 뭔가해서 그를 쳐다본다.
조나스 부
We'd like to spend the rest of schedule with Wonder Girls. Not 13, 45. (남은 모든 일정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13회 말고, 45회 공연 다요.)
진영과 멤버들은 믿기지 않는 듯 놀란 눈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잠시 뒤 진영이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환호하고, 머지않아 선미가 흐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이는 하나의 신호탄이 되어, 대기실은 눈물바다가 된다.
선예
(선미를 안아주며, 자신도 눈물을 흘린다.) 잘됐다…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닦는 모습을 조나스 부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진영 역시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잠시 후 조용히 눈가를 닦는데, 눈물 콧물 범벅의 멤버들 옆에서 무표정으로 멍때리는 소희를 보고 웃음이 터진다.
소희
(진영의 시선을 느끼고 괜히 웃는다.) 네? 하하…
진영
너도 참…
진영은 소희를 안아준다. 그럼에도 소희는 울지 않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이후 천천히 디졸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