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투 더 원더 (4) : 히든 페인

읽는 영화_시나리오

by 김솔한

용어 설명

V.O.(보이스 오버) : 연기자나 해설자 등이 화면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대사나 해설 등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디졸브 : 앞 장면이 서서히 사라지고 다른 장면이 서서히 나타나는것.

CUT TO(컷 투) : 시간경과


“본 이야기는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들을 극적으로 각색한 것으로서 몇몇 장면들은 지극히 허구적인 추측과 요약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49. 실외/프로모션 행사장/오후


스타디움 밖, 음향시설이 잘 갖춰진 넓은 야외 프로모션 행사장. 전에 직접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인사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편 진영은 인상 좋은 데릭(프로모션 행사장 관계자) 옆에 서서 원더걸스 멤버들이 아이들에게 노바디 춤을 가르쳐주는 광경을 지켜본다. 어느새 수많은 아이들이 춤을 따라하고 있다.


데릭

(팔짱을 끼고, 옆에 있는 진영에게) When I first saw you, I thought you were really crazy. (너 처음 봤을 때, 진짜 미친 놈인 줄 알았어.)


진영은 데릭에게 과장된 미소를 보인다.


데릭

(진영의 미소를 보고) I still think so.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데릭과 진영은 웃음이 터진다.


진영

Yeah. I gave you a drink and asked if I could promote it here. (그래. 너한테 다짜고짜 음료수 건네면서 여기서 홍보해도 되냐고 물었지.)


데릭

You were brave, bro. Is it Korean way? (용감했어. 그게 한국의 방식이야?)


진영

Haha yeah. It was Korean way. (하하 그래. 한국의 방식이었어.)


둘은 또 함께 웃고 다시 원더걸스를 지켜본다. 이번에는 예은이 아이들에게 댄스배틀을 시키고 있다. 누가 더 노바디 춤을 잘 추는가 그것이 관건이다.


진영

There's only about half of the tour left.. Let's run together. (이제 투어도 절반 정도밖에 안 남았어. 같이 달려보자고.)


데릭

Yeah, bro. (좋지.)


진영

(눈을 가늘게 뜨고, 무언가를 생각하며) We have to keep going up. (계속 위로 올라가야지.)


CUT TO:

진영은 정말로 위에 올라가 있다. 바로 나무 위에, 고릴라처럼 말이다. 그는 원더걸스 멤버들과 그 앞에 모인 수많은 관중들을 더 잘 보기 위해 올라갔다.

데릭은 원더걸스 멤버들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는 진영을 보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데릭

That crazy muhfucker, it really went up! (저 미친 놈, 진짜 올라가 버렸군!)


50. 실내/투어버스 안/밤


늦은 밤, 공연을 끝낸 멤버들. 유빈과 선예는 함께 화장을 지운다. 예은은 이미 2층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워있다. 소희와 선미는 힐을 벗으려 하지만 잘 안된다.


유빈

(어느새 소희와 선미 옆에 다가와) 아직 못했어? 봐봐, 방법이 있어…


허나 유빈이 도와주기도 전에 소희는 힐을 벗는데 성공한다. 발이 퉁퉁 부어있다.


유빈

됐네… (아직 낑낑대는 선미를 보며) 힘이 부족하네.


선미

(얼굴을 찡그리며) 힘줘도 안되는데?


유빈

고통을 참고 쫙 땡기면…


유빈은 소희에게 손짓한다. 그리고 소희와 함께 선미의 힐을 잡아 함께 잡아당긴다. 그러자 힐은 의외로 쉽게 빠지는데…그 순간 선미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선미

(매우 아픈 듯) 아!


유빈과 소희는 선미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다.


유빈

…괜찮아?


선미는 발을 문지르며 애써 고통을 참는다.


선미

(슬픈 눈으로 웃어보이며) 응…


51. 실내/투어버스 안/밤


유빈은 신난 얼굴로 냉장고로 걸어간다. 냉장고를 열고 통 안에든 아이스크림을 확인하기 전까지 그 표정은 유지된다.


유빈

(아이스크림을 식탁에 올려두며) 다 녹았는데?


예은

(2층 침대에서 내려오며) 그래도 먹어야지!


선예는 식탁 위에 숟가락을 올려놓는다.


선예

(운전석 뒤편 소파에 앉아있는 진영에게) PD님, 안 드세요?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진영의 소리. “어어, 먹어야지.”


CUT TO:

진영과 멤버들이 작은 식탁을 둘러싸고 아이스크림을 퍼먹는다. 다 녹아있지만, 맛있는 듯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


소희

녹아도…맛있네.


선미

한국의 맛?


소희

응…


소희와 선미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나머지는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네 명이 아이스크림 통에 숟가락을 쑤셔박자, 또 웃음이 터진다.


52. 실외/프로모션 행사장/오후


또다시 프로모션 행사장. 멤버들은 여전히 노바디 안무 시범을 보이고, 아이들 몇몇이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이번에는 진영도 합세하는데, 아이들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준다.

그런데, 전단지를 막 건네받은 사람이 놀란 목소리로 진영에게 말을 건다.


흑인 팬

Oh, JYP? I’m your fan. (오, 박진영 씨? 전 당신의 팬이예요.)


진영 역시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본다. 중년 흑인 여성의 얼굴. 진영은 누군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진영

Oh… (오…) (계속 벙쪄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Really? Thank you so much. (정말요? 감사합니다.)


흑인 팬

Yeah. Can you sign for me? (혹시 싸인 해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진영의 시선이 흑인 팬이 들고 있는 전단지에 꽃힌다. 방금 전 자신이 건넨 전단지다. 진영은 그 전단지를 멍하니 쳐다보는데…흑인 팬이 펜과 함께 전단지를 쑥 내민다.


흑인 팬

Here, please. (여기 해주세요.)


진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전단지 위에 싸인을 해준다. 하지만 흑인 팬을 보낼 때만큼은 애써 웃어 보인다.


흑인 팬

(일행에 합류하며) What are you doing over there? He’s a Korean star… (저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한국의 스타인데…)


혼자 남겨진 진영은, 전단지 뭉치를 들고 한참을 애처로울 정도로 서 있는다.

전단지 몇 개가 바람에 날아가고, 진영의 모습은 초라해 보인다. 꼬마 아이들은 떨어진 전단지 위를 밟고 간다.


예은 (V.O.)

…PD님?


예은이 부르는 소리에 진영은 놀라 돌아본다.


진영

어, 응?


예은 (V.O.)

…괜찮으세요?


진영

어, 왜?


예은

(매니저를 가리키며) 다름이 아니라…매니저 오빠가 자꾸 뭐라 하잖아요. 저는 나름 뭐라도 해보려는 건데…오버하지 말라고…


예은의 말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그녀의 목소리는 진영의 귓가에서 웅웅댄다.


53. 실내/투어버스 안/새벽


덜컹거리는 투어버스 안, 진영이 잠에 들지 않고 소파에 앉아있다. 그는 생각에 잠겨 운전석 차창 너머로 보이는 터널 안 불빛에 시선을 집중한다.

그리고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


54. 실외/활주로/밤


시끄러운 소리의 주범은 바로 비행기와 사람들. 출발 준비 중인 비행기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진영과 멤버들 역시 그틈에 섞여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데, 진영은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무리에서 빠져나온다.


진영

We were the first to arrive, so is this right? What do you mean the last ride.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이게 맞나요? 제일 마지막에 타라니요.)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 매니저

I'm sorry, but you'll have to wait until the other teams get on. (죄송하지만 다른 팀이 다 탑승할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진영은 상대의 단호한 태도에 어이없어 하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못한다. 그는 소득 없이 원더걸스 곁으로 돌아오고, 멤버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멤버들은 애써 웃지만 얼굴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는 없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서서 다른 팀들이 먼저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55. 실외/활주로/낮


이번에도 진영은 비행기 근처에 서있다. 그 비행기가 햇빛 아래서 번쩍이는 전용기란 것이 전과 다른 점이다. 진영은 까다로운 인상의 백인(의류 회사 직원, 이하 ‘비서’)과 함께다. 흙바람이 불고 옷이 펄럭여 자연스레 얼굴을 찡그리게 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대화중이다.

이어서 그들 위로 나타나는 자막,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비서

My boss saw you in a good way. But I still don't understand. (회장님께서 당신을 좋게 보신 것 같군요. 근데 전 아직도 이해가 안됩니다.)


진영은 여유롭게 응수한다.


진영

I unterstand. (이해합니다.)


비서

Selling CDs in a clothing store…I can’t believe. (옷가게에서 CD를 팔다니…나 원 참.)


더욱 얼굴을 찡그리는 비서. 그는 자동차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데,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어느새 곁에 와있다.

차창은 매끄럽게 내려가고 중년 백인의 얼굴이 나타난다. 바로 ‘회장’이다. 회장은 차창만 내리고 차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신 진영이 공손한 태도로 다가가고, 비서는 계속해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있다.


회장

So, does the sale in our store count on Billboard? (그래서, 우리 매장에서 판매된 것도 빌보드에 집계되나?)


진영

Yes…I'm sure! (네. 확실합니다.)


비서

(불쑥 끼어들며) Obvious tie-in sales. And a cheap promoption. (명백한 끼워팔기입니다. 저급한 판촉이고요.)


회장은 비서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린다. 그는 진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는다.


회장

(계속 손짓하며 운전수에게 말하길) Look at this guy. I really love him! (이 친구 보게. 정말 맘에 든다니까!)


진영

Thank you, sir. (감사합니다 회장님.)


회장은 진영에게 비밀스럽게 손짓하고, 진영은 그에게 얼굴을 더욱 가까이한다.


회장

(조금 장난스럽게) But there's a condition. (대신 조건이 있네.)


회장은 살짝 겁먹은 진영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는다.


회장

Fist of all, bring your children. Name is… (우선 자네 아이들을 데려오게. 이름이…)


진영

…Wonder Girls, sir. (원더걸스입니다, 회장님.)


회장

Yeah, Wonder Girls. I need to see them with my own eyes. After that…I'll sign the contract at my house. (그래, 원더걸스. 내 두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그리고…계약은 우리 집에서 하지.)


진영

(놀라서) Your home? (회장님 집 말씀이십니까?)


회장

Yeah. I'll tell you the schedule and location, so take that plane. (그래. 내가 일정과 장소를 알려줄테니, 저 비행기를 타고 와.)


진영은 회장이 가리킨 전용기를 놀란 얼굴로 쳐다본다.


진영

That plane? (저 비행기 말씀이십니까?)


회장

(여유롭게 웃으며) Right. The ticket is 30 million. What do you think? Will you come? (그래. 승차권은 4000만원이야. 어떻게 생각하나? 올 건가?)


뒤에서 삐딱하게 듣고 있던 비서는 그제서야 만족하는 표정을 짓는다. 진영은 놀란 마음을 애써 감추려하는데…


진영

All right, sir. We'll see you soon. (좋습니다 회장님. 곧 보시죠.)


진영의 응답에 비서의 얼굴은 다시 썩고, 회장은 매우 기뻐한다.


회장

Yeah! I knew it!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회장의 웃음소리는 차창이 닫히면서 작아진다. 그의 자동차는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지고, 뒤에 있던 비서와 진영은 찝찝한 표정을 짓는다.

진영은 걱정 어린 눈동자를 감추려는 듯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안경알 위로 멀어져가는 회장의 자동차가 비춰진다.


56. 실내/JYP USA 연습실/낮


선예가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큰 눈으로 쏘아본다.


선예

사천만원을 내겠다구요? 비행기 값으로?


다음으로 선미가 얼굴을 들이민다.


선미

사천만원?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들며) 1인당은 아니죠?


진영

응. (잠시 숨을 고르고) 얘들아. 이정도 투자는 해야…


멤버들보다 조금 뒤에 서있던 예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을 끊는다.


예은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다이소 회장인데, 와서 재롱을 떨어라?


진영은 멤버들의 반응이 서운한 듯하다.


진영

다이소라니…


예은

반대한 건 아니예요. 그냥 어이가 없는 거죠.


소희

(작은 목소리로) 난 괜찮은 것 같은데…


소희의 소소한 지지를 포착한 진영은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진영

내가 늘 말했잖아. 우리는 트윈 세대를 노려야 돼. 걔네들이 제일 많이 가는 곳이 우리가 이번에 계약하려는…

진영은 계속 주절대고, 멤버들은 힘빠진 표정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귀에는 진영의 말소리가 잠꼬대처럼 희미하게 들린다.


57. 실내/회장의 집/저녁


점점 희미하게 들리는 진영의 말. 그러나 마지막 한마디만큼은 확실하게 들리는데…


진영 (V.O.)

(슬픈 목소리로) …거기서 앨범을 팔면 얼마나 많이 팔리겠어?


높은 천장, 드넓은 거실. 그 한가운데에 진영이 서있다. 평소와 달리 자신감 없고 긴장한 얼굴이다. 그는 인기척이 날 때마다 확인하지만, 차가운 표정의 가정부들과 눈이 마주칠 뿐이다. 진영은 뻘쭘하다.

잠시 후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은 원더걸스 멤버들이 다가온다.


선예

…PD님?


멤버들이 와도 여전히 무거운 표정으로 있던 진영은 선예의 말을 듣고 애써 웃어본다. 이후 직원 한명이 와서 그들을 안내한다.


직원

Please wait here.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복도 역시 깊고 광활하다. 멤버들과 진영은 유독 작아보인다.


진영

얘들아.


진영은 참았던 무언가를 터트리듯 말한다.


진영

…안되겠다. 그만 돌아가자.


원더걸스

(다들 당황해서) 네?


소희

비행기 타고 왔잖아요.


진영

아직 계약한 것도 없고, 돈도 안 냈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거야.


선예

갑자기…요?


진영

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건…이건 아니야. 너무 나갔어. 빌보드가 뭐라고…


진영은 평소와 다르게 넋이 나가 횡설수설한다. 그는 멤버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벽에 한쪽 팔을 기댄 채 바닥만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자 예은이 그에게 매섭게 다가가 양손으로 어깨를 잡는데…


예은

PD님!


진영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예은

정신 차리세요!


진영


예은

저희가 한다 했잖아요.


진영

그래도…


예은

(단호하게) 할게요. 어차피 춤추는 건 저희예요.


진영은 멤버들을 살펴본다. 다들 결연한 얼굴이다.


선예

(진영에게 다가가) 계약 따내서, 다시 전용기 타고 집가요. 네?


진영은 자세를 바로잡고 얼굴을 한번 손으로 쓱 훑는다. 그의 자신감 있는 표정이 돌아온다.


진영

그래, 해보자!


58. 실내/회장의 집/저녁


원더걸스 멤버들은 대열을 맞춘다. 휘황찬란한 샹들리에가 있는 고급진 부엌이지만 그들이 공연하기엔 역시 협소하다.

식탁엔 만찬이 준비돼 있고, 경직된 자세로 앉아있던 진영은 여유로운 미소의 회장과 대비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진영은 스피커로 가서 만져보지만 별 소득이 없다. 그는 진땀을 흘린다.


진영

(혼잣말로) 왜 안 되지…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회장의 얼굴에서도 지루함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결국 선예가 하이라이트 부분을 부르며 아카펠라로 시작한다. 노래는 계속해서 아카펠라로 이어진다. 조용한 부엌에 울려퍼지는 멤버들의 노랫소리와 박수소리는 왠지 모르게 공허하다.

하지만 회장은 흥겨운 얼굴로 리듬을 타고 멤버들의 춤을 따라한다. 그 모습이 왠지 경박하다. 진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쳐준다.

회장의 아내 역시 박수를 쳐준다. 허나 그렇게 큰 관심은 없는 듯하다. 그녀의 시선은 음식에 더욱 가있다.

멤버들은 샹들리에로부터 꽤 떨어진 곳에서 노래를 이어간다. 그들이 있는 곳은 어둡고 좁다. 춤을 추다가 자꾸만 부딪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은 끝이 난다. 멤버들과 진영은 회장의 반응을 살핀다. 회장은 잠시 자신의 입을 닦으며 침묵하더니…

박수를 친다. 환호성과 함께.

그의 부인 역시 박수를 친다. 음식을 오물거리는 입과 작은 박수는 여전히 그녀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말이다.

멤버들과 진영 역시 웃는다. 하지만 그리 상쾌하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59. 방송화면 몽타주


아동복 매장. 트윈 세대(어린이와 틴에이저 사이에 낀 세대)의 아이들이 몰려와 카운터에 전시된 원더걸스 앨범을 하나씩 가져간다.

아이들이 몰리는 의류매장은 한두개가 아니다. 장소는 계속해서 바뀐다. 심지어 어느 곳에서 아이들은 노바디 춤을 따라하기도 한다.

이러한 격정적인 분위기는 그대로 자료화면이 되어 뉴스화면에 띄워지고, 앵커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앵커

…무려 일주일만에 3만 4백여장이 판매되었습니다.


뉴스화면은 미국의 방송사 ‘FOX TV’로 바뀐다. 바로 ‘웬디 윌리엄스 쇼(Wendy Williams Show)’다. 사회자인 웬디는 원더걸스 앨범(의류 매장에서 팔리던 바로 그 앨범)을 손에 들고 멤버들을 청중들에게 소개한다.


앵커 (V.O.)

윌리엄스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한 것으로…


웬디와 원더걸스 멤버들은 무대 위에 서서 대화를 나눈다.


앵커

…원더걸스 멤버들은 기립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인 공중파 데뷔를 이뤄냈습니다.


뉴스 화면에는 앵커 옆으로 남자 하나가 등장한다. 그는 자막을 통해 ‘문화평론가’로 소개된다.


문화평론가

여기서 끝이 아니죠. 바로 한국가수 중에 최초로 빌보드 핫 100에 이름을 올렸다는 겁니다.


앵커

76위죠? 또 아시아 가수 중에선 50년 만이구요.


문화평론가

맞습니다.


이후 뉴스화면으로 JYP 미국지사와 진영의 웃는 모습이 등장한다.


문화평론가 (V.O.)

그러나 긍정적으로만 볼 순 없습니다. 빌보드에선 원더걸스를 신인으로 소개하고…


다시 한번 아동복 매장이 뉴스화면에 등장한다. 이후 해당 아동복 매장의 로고가 박힌 트럭들이 원더걸스 앨범들을 나르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어서 또다른 자료 화면. 진영은 아동복매장 판넬이 뒤로 보이는 어떤 행사장에서 회장과 악수를 한다.


문화평론가 (V.O.)

앨범 판매 방식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60. 실내/연습실/저녁


펑! 앞의 뉴스를 강제로 끊으려는 듯이 폭죽이 터진다. 바로 진영이 터트린 케이크 폭죽이다.

원더걸스 멤버들과 진영, 스태프들은 연습실 중앙에 높은 식탁 하나를 세워놓고 그 주변에 모여 조촐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진영

(케이크 위에 거대한 촛불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나? 이게 빌보드 HOT 100을 의미하는 거야. 빌보드 핫 백.


선미

(웃으며) 네, 네.


진영은 알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윽고 소희가 진영에게 고깔모자를 씌워주자 불이 꺼진다.

멤버들과 진영 가운데로 강렬한 ‘핫 백’ 촛불만이 일렁거리고, 진영이 바람을 후 분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들린다.

이후 소리가 작아지면서 오랫동안 암전.

keyword
이전 03화투 더 원더 (3) : 첫 전미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