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소리
문을 닫았는데 소리는 따라 들어왔다.
빗물처럼 어깨 위로 고여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방 안은 흐렸다.
장판 위에 눌린 먼지들이 자꾸만 내 발을 붙잡았고
창밖은 흐리다 못해 회색이었다.
비가 왔다.
어디서부터 쏟아졌는지는 모르겠다.
창문엔 김이 서렸고, 창문 아래 나는 웅크려 있었다.
주방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남아 있었고, 화장실 문은 끝까지 닫히지 않았다.
냉장고는 덜컹이며 숨을 쉬었고, 그 속의 불빛만이 유일하게 밝았다
그날의 온도는 18도였다.
너무 춥지도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내 상태를 묻지 않았다.
나는 멀쩡해 보였고 몸엔 상처 하나 없었고, 입은 옷도 멀쩡했고 말도 잘했으니까 누가 알겠나
내가 지금도 그 방에 있다는 걸.
소리는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귀를 막고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TV는 꺼져 있었고
창밖에선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았고, 문은 닫혀 있었고
문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계속 떨고 있었다
말없이, 소리 없이, 벽 쪽으로 등을 붙이고
이불을 끝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감았다가 떴다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가끔은 냉장고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가끔은 바스락 소리에도
숨을 들이마셨다.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내 귀에만 들리는 것처럼
나는 매일 그 소리들을 해석하느라 바빴다.
그 방에 있던 나의 귀는, 너무 많은 소리를 듣느라
결국 아무것도 듣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리가 없는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침묵이 나를 안아주길 바란다
적어도 그 침묵은, 날 때리진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