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촌, 골목 끝 집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을 그냥 글로 적기만 하면 되는 건데, 컴퓨터로 가는 길이 너무 멀다.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을 텐데, 글을 쓰는 게 어려운 이유는 아마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서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글을 썼던 것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남들의 눈에 의해 평가를 받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학교 숙제인 독후감,
대학교 입학이나, 회사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회사에 들어와서 매일매일 쓰는 보고서,
하다못해 SNS의 짧은 상태 메시지, 단체 카톡 등 어떤 글을 쓰더라도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쓸 수밖에 없었고, 늘 상대방의 반응을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참 어렵다.
그런데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아빠가 돌아가셨다.
벌써 두 달이 다 되었다.
아빠는 생전에 본인의 자서전을 만들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아빠가 아프고 난 후, 아들 된 도리로 자서전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었던 시간들도 있었다. 혼자 글을 쓰는 걸 어려워해 문답식으로 녹음을 해보기도 하고, 아빠랑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내용을 혼자 메모장에 정리했던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왜 자서전을 만들려고 하지?"라고 생각했다가,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 이래서 자서전을 만들려고 했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아빠의 자서전에는 아빠가 주인공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가족이 주인공이었다.
"누구네 집이 부자야, 잘 살아"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누구네 집이 참 화목해, 행복한 가족이야"라는 말은 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빠 장례식장에서 캐나다에서 온 큰 매형이 해준 위로가 떠오른다.
"전 세계에서 너네 같은 가족은 없어, 이렇게 서로 사이좋고, 웃음 많고, 행복하게 지내는 가족, 아빠도 정말 좋은 곳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가셨을 거야."
이 글이 거창하게, 아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는 아들의 노력, 이런 영화 같은 의도는 아니다. 다만, 아빠는 마지막까지 나에게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좋은 가르침을 남기고 가셨고, 나 스스로 우리 가족의 일들을 기록해 두고 싶다. 슬프게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우리 가족이 겪었던 수많은 일, 재밌었던 사건사고,
혼자만의 추억으로 남는 것뿐이 아닌, 우리 가족의 소중한 기록, 그리고 혹시라도 보게 될 누군가의 미소를 상상하면서 참 어렵겠지만, 글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