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alnuke Dec 22. 2024

병살타에 왜 환호하고 절망하는가?

13화. 마! 딱봐놨어, 딱 거 있어! 


야구는 축구나 농구와는 달리, 시간의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경기에 총 9번의 공격기회를, 1번의 공격기회에 3개의 아웃으로 그 끝을 제한하는 분절이 있는 경기이다. 


축구나 농구는 불가항력적인 성질을 가진 시간이 분절없이 흘러가서 경기의 끝에 수동적으로 도달하게 되어지지만, 야구에서는 그 분절이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서, 불리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작전을 설계하고, 협동하여 절망을 극복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보기에 지루하게 보이지만, 휴머니즘이 만들어내는 짜릿함이 있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 주는 플레이에 울컥하는 감동이 있는 스포츠라는 것이 매력포인트라 생각한다.


시간이 끝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아웃 카운트로 경기의 끝에 능동적으로 도달하는 게임이라는 점이 축구나 농구와는 다른 성격의 감동을 더 부각시키지 않나 싶다.






어느날 집에 들어갔는데, TV에서 야구중계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보통 아래의 가지를 물어본다.


            몇대몇이야? - (이기고 있어?)          

            몇회인데? - (공격기회(또는 수비횟수)가 얼마나 남았는데?)          

            2아웃이야? - (이번회도 글렀냐?)          


3아웃이 되어야 공격하는 회차가 끝이나고, 공수교대를 함에도 불구하고, 2아웃임을 확인하면, 이번회도 글렀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강하게 생긴다.


왜냐하면, 2아웃 상황 수비 입장에서, 내야에서는, 타자만 1루에서 포스 아웃이키면 되므로, 3루에 주자가 있던 말던, 내야수들의 수비부담은 현저히 줄어들고, 외야에서는, 외야에 날아오는 공을 플라이 아웃 시킨 후, 연계해야할 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수비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럴 가능성이 확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물론 크지가 않지만, 2아웃이라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공격에 성공하여 진루를 하고, 점수를 내고, 극적인 역전을 하는 경기에, 특히 한일전 같은 국제대회에 우리는 열광을 한다. 




반면에, 2아웃 상황 공격 입장에서는, 타자는 희생타 작전카드도 무효가 되고, 타격에서 실수를 하거나 수비에게 막히게 되면 그 회가 끝이나니, 게다가 주자가 많이 나가있는 상황에서 본인이 아웃이 되면, 득점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작용하게 되며, 주자의 경우는 혹시 모를 안타를 위해, 도루를 시도하라는 작전이 더그아웃으로 부터 나올 때가 있을텐데, 그 도루를 실패하여 태그 아웃을 당해도 그 회가 끝이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이 강할 것이다. 


따라서, 2아웃 상황이 되면 수비측은 어느정도 안도를 하고, 공격측은 어느정도 불안해 한다.




<토막설명1 - 득점권>

주자가 1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타자가 웬만큼 구석으로 안타를 치지 않는 이상 수비가 공을 잡아서 홈으로 보내는 시간이 1루에서 홈까지 달려서 들어오는 시간보다 짧아서 주자가 태그 아웃이 될 리스크가 크지만,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것은 웬만큼 발이 빠른 주자라면, 수비가 홈으로 공을 보내는 통상적인 시간을 감안하면, 시간적으로 수비의 송구와 해 볼만한 승부인 경우가 많다.


3루에 있는 주자는 외야로 멀리 친 공이 플라이 아웃이 선언된 후에, 홈으로 출발해도 공보다 빨리 홈에 도착할 확률이 매우 높다. 2아웃인 상황에서 플라이 아웃이 된 경우라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2루 또는 3루에 주자가 있는 경우를 "주자가 득점권에 있다"라고 표현한다, 확률적으로 웬만한 안타 한방이면 홈으로 들어올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0아웃에서 1아웃이 되고, 그 다음 2아웃이 되면, 아웃 카운트가 늘어나는 동안 다양한 공격기회가 있었을 것이고, 득점도 일어났었을 수 있었을 것이지만 - [가정(if)의 가정(if)을 표현한 것이다.] 0아웃에서 첫 번째 타자가 공격에 성공하여 1루로 나가 있는 희망적인 상황에서, 다음 타자가 자기만 포스 아웃 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자까지 같이 포스 아웃을 시키는 타격을 해서, 한 번에 2아웃을 만드는 역적 플레이를 우리는 "병살타"라고 부른다.


또한, 1아웃 상황에서 똑같은 플레이로, 타자가 자신 뿐만 아니라 주자까지 같이 포스 아웃을 시키는 타격을 해서, 그 회차 공격을 끝내버리는 경우에도 "병살타"라고 부른다.




0아웃 상황에서 한 번에 상대의 전의를 꺾는 2아웃을 한 번에 만들어서, 공수간 심리적 압박감의 차이가 커지게 만들거나, 1아웃 상황에서 한 번에 2아웃을 잡아 그 회차 공격을 아예 끝내버림으로써, 수비는 상대의 공격 회차를 한 번에 지워버리는 쾌감을, 공격은 그 회의 공격기회를 한 번에 날려버리는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 것은 각각의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기에, 우리는 병살타에 환호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야구는 후회를 관리하는 게임이다. - 김성근 감독


특히 결정적 상황에서, 타자가 병살타를 치게 되면 공격했던 팀 관중들 에게는, "그 때 병살타만 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이야기가 입에 한동안 오르내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플레이가 될 것이고, 수비를 했던 팀 관중들 에게는, "그 때 병살로 2아웃을 못 잡았다면"이라는 안도와 환호로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플레이가 된다.




<토막설명2 - 첫 타자가 1루로 살아나가면 기대를 하는 이유>

이번 회 공격 첫 타자가 공격에 성공하여 1루로 살아나갔을 때 관중들은 기대를 하고 희망을 느낀다. 왜냐하면, 첫 타자가 살았다는 말은 아무도 아웃을 당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여전히 3개의 아웃카운트가 남아있는데,


            만약 1루주자가 2루로 도루에 성공하여 득점권에 들어오면,          

            다음 타자를 플라이 아웃이나 번트로 희생시키더라도,           

            1아웃에 주자는 3루에 가 있을 것이고,          

            또 그 다음 타자를 플라이 아웃으로 희생시키더라도, 3루주자는 홈으로 들어와 1점을 낼 수 있고,          

            그래도 2아웃이라 아직 1아웃이나 남았네?          


하는 행복회로를 돌리기 때문이다. 병살타와는 완전 반대의 온도차로 말이다.






병살타는 대부분 내야에서의 포스 아웃-포스 아웃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2루수가 공을 잡았는데, 마침 2루로 뛰어가는 주자가 눈앞에 있어 그 주자를 태그 아웃하고 1루로 던져 태그 아웃-포스 아웃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여유가 된다면 상대방의 몸을 궂이 터치해야 하는 태그 아웃 대신 포스 아웃을 선택하는 것이 선수들 간의 매너라고 한다.


병살타가 만들어 지는 경우는 많다. 2루로 가고 있는 1루주자를 포스 아웃 시키고, 1루로 공을 던져 타자를 포스 아웃 시키는 흔한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주자가 만루일 때는 홈으로 공을 던진 후 포수가 3루 주자를 포스아웃 시키고 1루로 공을 던져 타자를 포스아웃을 시키는 흔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병살타가 발생하지 않을 조건을 설명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겠다.


병살타가 발생하지 않을 조건은, 1루가 비어있으면 된다. 타자에게 베이스를 비워줘야 할 의무가 없는 3루 및 2루 주자는 가만히 있을 베이스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타자만 열심히 1루로 뛰어가면 되고, 아웃이 되더라도 타자만 1루에서 아웃이 되어 1아웃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태그를 당해 2아웃이 될 수는 있지만, 이는 3루 주자의 베이스 선택권에 의한, 타자와는 상관없는 플레이이기 때문에 타자가 욕을 먹는 병살타로 기록되지 않고, 3루 주자가 욕을 먹는 별도의 플레이로 처리가 된다.

정리하자면, 병살타는 포스아웃의 조건이 되는 주자와 함께 타자가 아웃되어, 타자 자기 혼자 2아웃을 만드는 플레이를 말하며, 공격측에서는 절망스러운 플레이이고, 수비측에서는 환호를 외치게 되는 플레이이다.

특히, 1아웃 상황에서 타자가 병살타를 치게 되면, 공격측에서는 한 타격으로 바로 3아웃이 되기 때문에, 무엇을 해보지도 못하고 바로 공수교대하는 허무함까지 선사하는 그런 플레이다.

반면, 수비측에서는 큰 고생없이 이번 한 회를 수월하게 매듭짓는 갸꿀인 플레이가 되어, 그 쾌감과 절망감을 극에 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병살타인 것이다. 타자는 무척이나 괴롭겠지만 말이다.

이대호가 영화 "해운대"에서 발작버튼 눌려서, 설경구를 딱 봐놓게 만든 주범도 바로 병살타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