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잡았나 요놈?
플라이 아웃 : 타자가 친 공이 땅에 닿기 전에 수비수가 그 공을 잡을 때 인정되는 아웃
라고 설명했었다.
플라이 아웃은 타자를 아웃시키는 방법이지, 주자를 아웃시키는 방법은 아니라고도 했었다. 그렇다고 주자들이 그 이점을 활용하여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하려는 취지로, 플라이 아웃이 선언되는 순간까지, 주자는 자신이 원래 위치하고 있던 베이스를 터치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며, 플라이 아웃이 아닌 줄 알고, 다음 베이스를 향해 움직였다가, 플라이 아웃 선언을 뒤늦게 확인한 후, 자기가 있던 베이스에 공보다 늦게 돌아오는 경우(귀루하는)에는 그 주자도 아웃이 된다고 설명했었다.
그럼, 생각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플라이 아웃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주자들이 자신의 베이스에 꼭 붙어있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 된다. 자기의 베이스로 부터 조금 떨어져 있던, 많이 떨어져 있던, 그 리드폭을 조절하는 것은 주자마음인 것이다.
조금 떨어져 있으면(리드폭이 작은경우) 다음 베이스에 도달하는 공격속도가 느릴 것이고, 많이 떨어져 있으면(리드폭이 큰 경우) 투수의 견제구가 주자보다 먼저 베이스에 도착하여, 태그아웃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전세이론에서 공을 가진 수비수는 태그를 통해 베이스를 터치하고 있지 않은 타자나 주자의 전세금을 약탈할 수 있는 일진이고, 전세금을 약탈 당하는 횟수마다 아웃카운트를 늘려준다고도 했었다.
주자는 베이스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플라이 아웃 상황을 제외하고는, 일진을 만날 리스크를 안더라도, 베이스 선택권 유무에 상관없이, 베이스 가까이에만 붙어있는 보수적인 플레이는 잘 하지 않는다.
타자가 공격에 성공했을 경우, 다음 베이스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마중 나가 있어야 하니까, 각자 자기만의 적정 리드폭을 갖고 있다.
주자의 베이스 선택권은 선행주자의 위치로 판단할 수 있다.
선행이라는 단어는 두 명 이상일 때 의미가 있다. 그라운드에 혼자 나가 있는 주자는 1루던, 2루던, 3루던, 그냥 독신주자다. 타자가 공을 치기 전에, 독신주자는 늘 베이스 선택권이 있다.
내야 베이스에 2명 이상의 주자가 있으면, 맨 앞에 있는 주자가 선행주자가 된다.
첫 번째 및 두 번째 그림처럼 주자가 1,2루 또는 2,3루에 있는 경우 첫 번째 그림에서는 2루 주자가, 두 번째에서는 3루 주자가 선행주자가 된다. 선행주자는 늘 베이스 선택권을 갖기에 타자가 공을 치기 전에,
첫 번째 그림의 2루 주자가 3루로 갈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고,
두 번째 그림의 3루 주자가 홈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세 번째 그림처럼 만루인 경우에도 당연히 3루 주자가 선행주자로서
다음 베이스로 갈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그럼 선행주자가 아닌 후행주자들은, 선행주자가 자기가 머물던 베이스를 비우고 다음 베이스로 출발해야 후행주자들이 순차적으로 비어있는 다음 베이스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는데, 선행주자의 전세권이 다음 베이스에서 심판으로 부터 세이프(Safe)던 아웃(Out)이던 결정이 나야 없어지므로, 다시 다음 베이스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원래 자기 전세권이 있는 베이스로 돌아오는 경우에는, 후행주자들도 선행주자가 있던 베이스를 비워주고, 자기의 전세권이 있는 베이스로 돌아가야 한다.
공이 사람의 발보다 빠르므로, 대부분 이런 경우 선행주자와 후행주자 모두 아웃이 된다. 작전을 잘 못 알아들었거나, 플레이 도중 착각을 한 경우나, 주루플레이에 실수를 한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그 빈도수는 그렇게 잦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다. 그냥 베이스 선택권에 대해서 원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극단적 예시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토막설명 1 - 스퀴즈>
타자가 공을 치기 전에, 3루주자가 다음 베이스인 홈플레이트로 뛰어가는 경우를 스퀴즈라고 한다.
홈플레이트는 포수가 있는 곳이고, 투수가 공을 던지는 곳이다. 타자가 공을 치기 전에, 즉, 평균 140km에 육박하는 투수의 공보다, 더 빨리 홈플레이트로 갈 자신이 있는 경우에 시도하는 정신나간 작전인데, 이 역시 빈도수가 매우 낮다.
투수의 공을 포수가 제대로 받지 못해 일진으로의 변신을 늦게해서 주자를 제 때 태그하지 못하는 경우나,
투수의 공이 아예 뒤로 빠져서 포수가 그 공을 주으러 가고, 투수가 홈플레이트에서 포수에게 공을 제 때 받지 못해, 일진이 늦게 되어 주자를 태그하지 못하는 경우에 주로 성공하는 작전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주자가 1루와 3루에 있는 경우, 3루 주자가 선행주자이고, 베이스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만, 1루 주자 역시 다음 베이스인 2루가 전세권이 없는 빈 집이기에 선행주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베이스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타자가 공을 치기 전에, 3루 주자는 스퀴즈를 할지 말지 선택할 권리가 있고, 1루 주자는 2루를 갈지 말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두 살 터울 선행주자의 경우, 후행주자인 1루 주자가 전세권 없이 비어있는 2루로 도루를 시도하는 것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또한, 2루로 달려가는 1루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2루로 공을 던지면, 3루 주자가 일진 없이 비어있는 홈으로 뛰어들어오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베이스 선택권의 자유도 때문에 1,3루 도루작전은 더그아웃에서 흔하게 실시하는 작전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모두 도루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한 밑밥이었다. 도추를 시도하는 절차와 흐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투수와 포수가 방심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거나, 더그아웃에서 도루 사인이 나온다면, 내가 달려가고자 하는 다음 베이스가 비었을 경우, 또는 다음 베이스에 있는 선행주자도 같이 뛰기로 약속된 경우에,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지려고 하는 찰나에 다음 베이스로 냅다 뛴다.
만약, 포수가 던진 공이 주자보다 베이스에 늦게 도착하여 Safe가 된 경우, 심판은 주자의 절도행위를 인정하고, 주자가 원래 있던 1루의 전세금을 받아, 2루에 전달하여 주자에게 2루의 전세권을 확보해 준다.
만약, 포수가 공을 너무 잘 던져서, 공이 주자보다 먼저 베이스에 도착하고, 그 공을 잡은 수비수가 일진이 되어 주자가 베이스를 터치 하기 전에 태그하여, 태그아웃으로 처리가 되는 경우, 그 주자의 1루 전세금은 1루에서 꿀꺽하게 되어 아웃카운트가 하나 올라가며, 달렸던 주자는 공격에 실패하여 더그 아웃으로 돌아가서 감독님한테 혼이난다.
선행주자인 2루 주자가 베이스를 비워줄 생각이 없거나, 비워줄 수 없는 상황인데, 1루 주자가 자기 맘대로 2루 베이스로 온 경우, 수비측은 2루로 공을 보낼 것이고, 두 주자 모두 2루 베이스를 터치하고 있다 할지라도, 1루에 전세권을 두고 온 후행주자가 아웃이 된다.
도루플레이에서는 일어나지 않지만, 타자의 타격 후 주자들이 달릴때, 선행 주자가 플라이 아웃을 예상하여 멈추거나 자기베이스로 돌아올 줄 모르고 후행주자들이 무작정 다음베이스로 뛸 때 발생하는 경우로, 1년에 한 두 번 생기긴 한다.
두 번째로 설명하기로 했던 "와일드 피치"는 설명할 것이 많이 없고, 설명이 길지도 않다.
와일드 피치 : 투수가 공을 잘 못 던져서 포수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해, 포수의 뒤로 공이 날아가서, 얼른 주워와야 하는 경우.
와일드 피치가 발생하면, 포수가 공을 주으러 가야한다.
한참 뛰어가서,
공을 찾고,
공을 잡아서,
홈플레이트에 가 있는 투수에게 공을 던질텐데,
듣기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 사이 주자들이 다음 베이스로 도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될 만큼 말이다.
물론 투수의 제구력을 키워서 와일드 피치가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와일드 피치를 경계해야 할 때는
주자가 있는 상황이거나,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와일드 피치가 발생하여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된 경우이다.
주자가 없고,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와일드 피치가 발생해도, 궂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
<토막설명 2 -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요약>
2 스트라이크에서 승부 회피성 공 임에도 불구하고, 타자가 스윙을 하여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인정해야 하는 경우, 투수는 타자와의 정면승부를 피했는데 타자는 투수와의 정면승부를 했다고 판단하고, 심판은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을 선언하여, 타자가 1루로 달려가서 안타를 친 것처럼, 세이프(Safe)를 노려볼 수 있도록 해주는 규칙이다. 와일드 피치가 심하게 발생한다면 타자가 1루에서 세이프(Safe)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