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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lnuke Dec 22. 2024

거시적인 야구규칙 - 삼진아웃

7화. 심판의 삼진콜도 멋지지요.


야구의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 여섯 편에 걸쳐 설명을 했지만,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이자, 야구의 규칙에 대해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규칙안에 일관적인 철학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심판들이 비디오 분석이나 AI기술 등을 통해 판정번복(판정교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는 개념 같지만)이 많이 일어나지만, 과거의 경우 플레이에 대한 판정이 축구나 농구의 골/노골 처럼 완전히 분절하여 판단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 심판들의 아웃 판단의 순간들도 찰나에 지나가기 때문에, 이렇게 보면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저렇게 보면 저런 것 같기도 해서, 선수와 심판과의 싸움도 종종 일어났고, 그로 인한 퇴장도 빈번하게 일어났기에, 그것이 또 경기 외 재미의 요소였던 것 같다.





어쨌든, 전반적인 야구 규칙에 대한 논리와 철학을 어떻게 분류하여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하고 고민한 결과, 4화. 타자와 투수와의 승부 (2/2) 에서 간략히 설명한 아웃의 종류 4가지를 기준으로 공격과 수비 측면에서 설명하는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 1경기는 총 9회 27개의 아웃카운트로 이루어져 있고, 이 아웃카운트가 축구나 야구에서의 경기 제한시간과 같은 개념이기에, 아웃카운트의 종류를 두고 수비와 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식의 흐름상으로도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화는 아웃의 종류 4가지 중 하나인 삼진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삼진(三 석 삼 振 떨칠 진) 아웃 : 야구에서, 타자가 타석에서 스트라이크를 세 번 당하여 아웃이 됨 (삼진, 스트라이크 아웃과 같은 말)


스트라이크라 함은 아래의 그림처럼 타자가 치기 좋은 가상의 위치로 투수가 공을 던졌다는 것을 먼저 뜻한다. 그 위치를 스트라이크 존이라고 부르며, 나라마다, 리그마다 조금씩 정의가 다르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지났는지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한 판단도 심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다른 아웃들과는 달리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고, 심판의 판단을 존중해 주는, 4가지 아웃 중 유일한 아웃이다.


스트라이크의 정의는,

  

1)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였는데,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렀던, 휘두르지 않았던 상관없이 치지 못했거나, 


2)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않았는데,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러서 치기 위한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거나,  


3) 타자가 투수의 공을 쳤는데, 파울이 된 경우 (2 스트라이크 일 때는 제외, 번트로 인한 파울은 스트라이크 인정)  


로 구분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위 3)에서 말했듯, 2 스트라이크에서는 타자에게 파울로 인한 스트라이크 카운트 적용에 대한 예외규정이 적용된다.


2 스트라이크 때는 타자가 한 번의 스윙으로 삼진아웃이 결정되기 때문에, 타자가 적극적인 공격으로 방망이를 휘둘러 공을 쳤는데, 그 공이 파울이 된다 할지라도, 스트라이크로 인정하지 않아 삼진아웃을 적용하지 않는다. 단, 적극적인 공격이 아닌 번트는 제외한다


는 것이 그 예외규정이다. 




스윙 없이 배트로 공만 맞추는 번트


그러나, 번트로 인한 파울에는 그 예외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번트(타자가 스윙을 하지 않고, 배트를 정지한 상태로 공에 갖다 대는 행위)를 하는 것을 적극적인 승부로 보지 않기에, 타자가 번트를 시도했는데 파울이 되면 스트라이크로 선언하고 투수에게 삼진아웃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그 배경이다. 


타자 입장에서 투수의 공을 배트를 휘둘러서 맞추는 것은 적극적인 공격행위이다. 게다가, 아무리 잘 치는 타자라도 인간인지라 공을 매번 다 맞출 수 있지는 않다. 


그래서, 2 스트라이크에서 친 공이 파울이 되면, 타자는 자신의 스윙 정확도와 투수가 던지는 공의 위력이라는 두 리스크의 조합을 감수하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적극적인 공격을 취했다는 것이, 스트라이크 아웃(삼진아웃)으로 인정하지 않고, 타자에게 공격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의 배경이다. 타자들의 플레이가 적극적이어야 경기가 더 재밌어지기 때문인 것이 그 규칙의 간접적인 배경이지 않을까?




그러나, 투수의 입장에서 타자가 번트를 대는 경우, 배트를 정지시킨 상태로 투수의 공을 높은 정확도로 '톡' 하고 맞추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신의 스윙 정확도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은 행위로 해석된다. 

투수 자신은 공을 정확하게 던지지 못할 리스크를 감수하고 타자와 승부를 내기 위해 공을 던지는데, 타자는 자신의 스윙 정확도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입맛대로 공을 골라 번트만 댄다면, 또 고의로 번트를 계속대어 파울만 만들어 낸다면, 투수만 지치게 되기에 정정당당한 승부로 보이지도 인정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2 스트라이크에서 번트를 대어 파울이 된 경우에는 스트라이크로 인정하여 타자에게 삼진아웃을 선언하는 것이 승부를 정정당당하게 만들어 주는 규칙이자, 소극적인 타자의 공격으로부터 투수를 보호하는 규칙이 된다.




물론, 번트가 투수의 공을 맞출 수 있는 확률이 높기에,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전략 등으로 2 스트라이크가 아닌 경우에 많이 활용하는 작전이기도 하고, 2 스트라이크라 할지라도 파울로 인한 삼진아웃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번트작전을 사용하기도 한다.


투수가 세 번의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3번째 스트라이크 볼에 심판은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힘찬 삼진콜과 액션을 취하며, 그 회에 아웃카운트가 하나 올라간다. 개인적으로 삼진아웃이 모든 아웃 중 가장 멋진 아웃이라 생각한다. 투수의 기량만 타자를 제압했으며, 투수가 던진 공의 위력이 대단했고, 타자와의 심리전에서 승리하여, 타자가 방망이를 공에 맞추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투수의 투구기량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아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규칙의 핵심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스트라이크에서 타자의 소극적인 번트가 파울이 될 때, 스트라이크로 인정하여 삼진아웃을 선언하는 투수를 위한 예외적인 규칙이 있다면,


2 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않는 볼에도 적극적인 스윙을 시도한 타자를 위한 예외적인 규칙도 있어야 할 공평할 것이다. 


그 규칙이 바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다. 단어 자체가 길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2 스트라이크에서 투수는 타자가 공을 잘 못 맞추게 하기 위해 스트라이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볼이 되는 변화구를 던지거나, 멀리 치기가 어려운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난 공을 던질 수도 있다. 

물론, 변화구 구사능력이나 제구능력은 투수의 기량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 공이 볼이 된다 하더라도 타자가 스트라이크인 줄 알고 속아서 스윙을 하면 삼진아웃(스트라이크 아웃)이 된다. 


그러나,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가 잡기도 전에 땅에 먼저 닿을 정도의 정면승부 회피성 투구임에도 불구하고, 타자가 스윙을 하여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인정해야 하는 경우라면, 심판은 투수는 타자와의 정면승부를 피했는데 타자는 투수와의 정면승부를 했다고 판단하고, 심판은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을 선언한다. 


그럼 타자는 공을 치지 못했음에도 1루로 뛰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투수가 던진 공이 땅에 먼저 닿았더라도 포수가 그 공을 잘 잡았다면, 실수가 있지 않는 한 타자는 1루에서 아웃이 될 확률이 거의 100% 일 것이다. 


그러나,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 포수가 그 공을 놓쳤다면, 그 공을 쫓아가고, 찾고, 잡은 다음, 1루로 던져서 타자를 아웃시켜야 하는데, 그 시간이 길다면 타자가 1루에 공보다 먼저 도착해서 세이프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전자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후자의 경우도 일어나긴 한다. 이 것이 2 스트라이크에서 번트에 의한 파울은 삼진아웃으로 인정한다는 규칙과는 반대로, 소극적인 투수의 수비으로부터 타자를 보호하는 예외적인 규칙인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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