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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by 김민

어디서 오는가. 이 무작위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자기희생은.

피에서 오는가. 각인된 기억인가.

오, 기쁘도다. 내가 죽고 공이 사네.

아니다. 그렇게 이기적이지도, 같이 떠올라 함께 죽을 수도 없다.


그럼, 어디서 오는가.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에서 오는가.

빗소리에 고개 쳐드는 잡초에서 오는가.

오, 기쁘도다. 내가 죽고 공이 사네.

그리도 같이 휘둘리고 함께 울려는가.


그래. 어디서 오는가, 함께 가진 고유한 떨림은—

내가 죽고 네가 사는 이 맞울림은.

아, 땅에서 오는구나. 우리가 터 잡은 척박한 땅이구나.

오, 기쁘도다. 민초의 울음에 이 땅도 슬피 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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