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의 벽

by 김민

나는 신이길 원치 않소.

그대들의 참배도 원치 않소.

그대들의 숭배도 원치 않소.

나는 인간이고 싶소.

고국의 산하를 떠도는 초라한 영혼이고 싶소.


나는 신도 뭣도 아닌게라.

나를 돌려내라.

나는 고국으로 갈 테다.

이놈들아,

이 나쁜 놈들아.


원치 않는 싸움에 휩싸여

이곳저곳을 떠돌았소.

이나라 저 나라를 헤매었소.

나는 고향 숲에 뿌리내린 한 그루 나무이고 싶소.

그대들의 숲을 지키는 산지기가 아니라.


나는 고향 땅에 묻힐 테다.

나를 돌려내라.

나는 신도 뭣도 아닌게라.

이놈들아,

이 나쁜 놈들아.


마지막 생기까지

이용해 먹을 땐 언제고,

내 죽음에 대해 하늘과 맺은 약속을

이토록 궁색하게 저버리시오.

그대들의 시간은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소.

keyword
이전 10화인생사 모두 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