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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전혀 놀랍지 않은
하얀 천장에서 하얀 줄이 스르륵 내려온다.
유리창을 배경으로 선명해진 줄 끝엔
거미 한 마리가 온몸을 의지해 매달려 있다.
홀로 선다는 것은
저 거미처럼 뛰어 내리는 것.
가느다란 줄에 목숨을 걸고
능수능란한 재주에 희망을 걸고
맨땅에 처박힐지라도 뛰어내리는 것,
더 살만한 곳으로, 더 좋은 곳으로, 짝이 있는 곳으로.
하지만, 나에게 홀로 선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떠나더라도
슬픔에 잠겨 아무 의욕 없이 살지 않는 일.
밥 먹는 것도, 일하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무의미해질 때조차
저 거미처럼 꿋꿋하게 인생길을 걷는 것,
기껏 가진 재주라곤 자책밖에 없을지라도.
살 의미가 희박해도 애써 찾아 나서고
작은 실마리라도 얻으면 귀하게 여기고
길동무에게 털어놓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일.
홀로 선다는 것은
그렇게 내 몫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
그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런 와중에도 열렬히 당신을 기다리는 것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