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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사무치다 05화

끌림

by 김민

지겹다 하셔서 바꿔 보았습니다.

좋다 하시는 스타일로

머리도 바꾸고

화장도 연하게 해보고

옷도 단정하게 입었습니다.


지겹다 하셔서 변하였습니다.

좋아하시는 취향으로

추천하시는 책도 읽고

모르는 그림도 해석해 보고.

오늘은 좋아하시는 음악가가

연주회를 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지겹다 하셔서 울었습니다.

또 그렇다 하셔서 좌절하였습니다.

느낌이 없다셔서

끌림이 없다셔서

감동이 없다셔서.


나의 외면을 가꾸고,

좀 더 성숙한 나로 다듬고.

그런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것만은 모르기에

그것만은 어쩔 수 없기에

그것만은 알고 싶지 않기에.


먼 창밖만 바라보다

유유히 걸어 나가시는

아, 당신이 미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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