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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책

by 김민 Mar 25. 2025

낮이 길어지고 있어요.

연한 남보라 빛이 하얗게 바랜 하늘에

제멋대로 수를 놓으면요.

얼른 나오고 싶어 몸이 단 별들도

데일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성질 더러운 겨울바람만 유독

허튼수작하지 말라며 화를 내지요.

저는 욱하는 마음에 장갑을 벗었다가는

손끝이 아려서 얼른 다시 꼈습니다.

지고 말았다는 분한 생각에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게 욕을 해줬네요.


이렇게 하늘이 찐 달걀처럼 빛나면요.

달빛에 숨죽이는 풀벌레처럼

저는 혼자 들떠 설렌답니다.

무작정 걷고 싶은 마음에

아무도 모르게 홀린 듯 집을 나서지요.


하지만 반겨줄 당신이 안 계셔서

저는 정처 없이 이리저리 배회만 합니다.

그제야 별이라도 훔쳐보려면요.

뽐낼 기회만 실컷 기다리다가

울다 지쳐 이미 잠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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