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신발에 묻은 흙먼지처럼
까만 머리 위, 가르마에 떨어진 참나무 잎사귀처럼
비 오는 날, 가방에 떨어진 빗물처럼
추운 날, 안경을 덮는 김 서림처럼
살포시 너에게 가고 싶다.
예쁘게 된 써니 사이드 업 달걀부침을
산미 적당하고 향긋한 커피와 곁들여 먹고는
고데기 세팅도 완벽한 어떤 아침처럼,
출근길, 엘리베이터와 신호등도 때맞춰 나타나고
사무실에서 만난 모두가 활짝 반기는
물 흐르듯 기분 좋은 그런 날처럼
다정히 너에게 가고 싶다.
퇴근길, 어미 잃은 귀여운 새끼 길냥이를 데려오고
침대 옆 모퉁이, 잃어버린 귀걸이도 찾은 데다가
책 속에 두고 잊었던 비상금도 돌아온 그런 날처럼
네가 잠들기 전 하루를 되짚어볼 때
입가를 웃음짓게 하는 뜻밖의 발견처럼
차분히 너에게 가고 싶다.
그런 날, 행운처럼 선물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