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성에서 벗어나 시라는 형식을 창작하기
이전에 '시는 무엇으로 읽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왼손으로 시를 필사한다는 내용의 글도 쓴 적이 있다. 문학을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바로 시를 읽는 것이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는 직관적이지 않으면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능과 모의고사를 볼 때도 현대시 부분에서 애를 먹곤 했다. 그런데 수능을 공부하는 나이가 지나 알아서 그냥 문학을 읽기 시작하자 시라는 장르가 꽤나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느끼는 대로 읽어보라는 교수님의 말에 편안하게 읽기 시작했더니 이전보다 시를 읽는 스트레스가 적어졌다. 그리고 필사를 하면서 시를 읽는 건 모호한 말들을 이해하는데 꽤나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번에 완독 한 시집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내가 이 시집을 산 이유는 꽤나 간단했다. 2024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문학상을 수상하고 릿터에서 시를 몇 편 실어 주었는데 그전에 읽었던 다른 시들에 비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잘 쓴 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완벽히 이해가 가지 않아도 시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평론가들의 평도 꽤나 인상 깊었다. 시 장르에도 경향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후보작들이 일종의 경향성을 띄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지양 시인의 시가 꽤나 인상 깊었다.
내가 이 시집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시라는 것이 굉장히 형식 창조적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는 짧은 문장이 여러 줄로 이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시도 있었고 시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모두 시라는 점에서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따로 시집을 사서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연말에 교보문고에서 본 윤지양 시인의 시는 꽤나 신선했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시들을 너무 읽어 보고 싶어서 집으로 모셔왔다. 무려 1판 1쇄다! 그래서 나중에 윤지양 시인이 더 잘된다면 나는 이 1판 1쇄를 가지고 있는 자부심으로 뿌듯해하고 싶다. 마치 한강작가의 소설책 1판 1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시는 개인적인 해석으로 읽는 거니까 나의 감상을 말해보자면 윤지양 시인의 언어는 매우 덤덤하다. 너무 감상적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덤덤하게 툭 하고 던져두는 느낌이 난다. 무엇이든 툭 하고 던지는 시어 속에서 싹이 틔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모든 시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좋았다. 시도 매일 세편 이상은 읽지 않았다. 원래도 성격이 급해서 속독하는 편인데 시를 그냥 소설 읽듯이 훅훅 읽어버리는 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를 읽을 때만큼은 차분하게 앉아서 읽고 싶었다.
이 시집을 다 읽고는 윤지양 시인이 너무 좋아서 윤지양 시인의 이전 시집도 찾아보았는데 마침 할인 쿠폰이 있어서 주문해 보았다. 아직 오지는 않았는데 온다면 오는 대로 읽고 싶다. 밑줄 쳐서 읽고 싶은 마음과 책이 경건했으면 하는 마음이 충돌해서 그냥 필사만 하고 있다. 잘 산 시집 한 권이 좋은 필사 파트너가 되었다. 아마 이제까지 했던 46번의 왼손 필사 중에 20번 정도는 윤지양 시인의 시였을 거다. 사실 책을 읽고 읽어보면 좋겠다~ 하는 말은 많이 하지만 그건 관습적인 것이라면 이 시집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쥐어주고 싶다. 이런 좋은 시집을 나만 알고 싶지 않아서..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시는 '조지에게'라는 시인데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시였다. 제발 제발 이 시집을 읽어주길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쳐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