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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책이 없다

아무리 글로벌 캠퍼스라지만....

by 아피

편입을 하고 둘째 날이 되었을 때 내가 한 일은 도서관에 가보는 일이었다. 글로벌 캠퍼스라고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있는 대학이니까 한국어 도서관은 있어서 심심함도 달래 볼 겸 도서관에 다녀왔다. 3층에 한국 도서를 모아둔 관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엄청난 스케일에 조금 놀랐다. 도서관이 이렇게 비어있는 건 처음이었다.


물론 도서관이니까 책은 있다. 우리 집보다는 많다 그렇지만 도서관 치고는 꽤 부족한 서고 양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는 그 적은 책 중에는 만화책 시리즈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문학 란에 만화책이라니.. 도서관이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렇지만 있을만한 책들은 있어서 몇 가지를 읽어보기로 하고 후보를 추렸다. 그동안 읽어 보고 싶은 책은 대체로 없었지만 세계문학 전집같이 유명한 시리즈들은 있는 것 같았다.


문학란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먼저 읽기로 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다. 원래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알고 있었는데 언젠가 노르웨이의 숲으로 변해 있었다. 열람실을 좌석에서 2장까지 읽었는데 기즈키의 자살로 인해서 와타나베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정말 인상 깊어서 이걸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르웨이의 숲을 빌려왔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니까 일주일 안에 다 읽는다면 브런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부족한 서고에서 의외로 현대시와 한국시는 많아서 어떤 시집이 있는지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는데 내가 좋아해 빙빙 도는 윤지양 시인의 시집은 없었고 다른 시집들은 꽤 있었다. 구경하다가 김수영 전집이라는 책을 발견했는데 김수영 시인의 시를 묶어둔 전집이라고 해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두세 편씩 읽고 있다. 김수영 문학상도 있으니 김수영 시인의 작품성이 대단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작해 보았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영어 서고도 있는데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나중에 필요한 책이 있으면 들어가 보겠지만 내가 영어로 된 책을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개강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원래도 사람이 없는 공간인 것 같고 혼자 있을만한 공간으로는 참 좋다. 빈백이 있는 곳도 있어서 주말에 학교에 남게 된다면 여유를 즐겨봐야지 싶기도 하다. 도서관이 무지막지 넓은데 자료는 많지 않고 사람도 없어서 방문하는 동안 나 혼자였다. 책 없는 도서관이지만 이런 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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