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소설이 뜬다
지난번에 실컷 릿터를 리뷰해 놓고 오늘 릿터 52호를 리뷰하는 이유는 내가 노르웨이의 숲을 다 못 읽었기 때문이다... 호기롭게 벽돌책을 골랐지만 숙제며 영어며 이런저런 일들로 이리저리 치이느라 다 못 읽었다. 한 50페이지 정도 남았는데 그래도 연재일 안에 다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릿터 52호를 리뷰해 보려고 한다.
52호의 주제는 '타이완 소설이 뜬다'였다. 생각해 보면 중국 소설은 읽어본 적 있는데 타이완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오호라~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일단 타이완의 역사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언급이 많이 나왔는데 그런 것들이 타이완 소설 안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 외에도 표현 같은 부분의 언급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원래 산문을 재미있게 읽는데 이번 호수 산문은 평범했고 시에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병'이라는 시가 인상 깊었다. 탄핵 국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라의 상황보다 사랑니가 더 아파서 치과에 갔다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정말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나라의 커다란 고통은 심각하다는 걸 알면서도 뭔가 피부적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사랑니 같이 내가 가지고 있는 고통은 너무 생생히 느껴진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았다. 리뷰에서는 전에 내가 리뷰 했던 '기대 없는 토요일' 시집에 대한 리뷰가 있었는데 역시 평론가가 해주는 리뷰는 달라도 뭔가 다르긴 했다. 더 정확하고 분석적인 눈으로 본다고 해야 하나? 시를 떠올리는 재미가 있었다.
단편소설 중에 '아버지 죽빵 날리기'라는 단편이 있었는데 목차를 보고 제목만 보고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봤다. 아버지 죽빵 날리기라니... 너무 파격적이지 않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하여간에 정말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글이 술술 읽히면서도 마지막에 약간 가라앉는 느낌인데 나는 정말 좋았다. 그러고 나서 본 에디터 노트에서 한 편집자가 자신도 무언가 죽빵 같은 게 필요하다는 메모를 남겼는데 나고 그 메모를 읽고 퍼뜩 생각난 것이 하나 있다. 나도 입시가 너무 힘들던 고3 어느 날에 '누가 나 한대만 세게 때려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마음도 싱숭생숭한데 정신도 안 잡히니까 한 대 맞으면 정신이 또렷해질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지만 진짜 때려달라고 하면 상대의 입장이 난처해질 테니 진짜 때려달라고 하거나 맞아본 적은 없지만 무언가 나도 죽빵 같은 것을 원했다는 사실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릿터는 항상 재미있고 나올 때가 되면 언제 나오나 기다리면서 받아보는데 읽는 시간이 기다림에 비해 짧은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사실 처음에 타이완은 타일랜드로 착각해서 오~ 태국에 이런 면도 있었어? 하면서 커버스토리를 읽다가.... 태국이 아니라 대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정신 차리고 다시 읽었다는 이야기... 나도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쓰는 전문인이 되어서 릿터같은 곳에 기재해 보고 싶다는 소소한 소망을 남기며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