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도 바꾸어 보면 이상해 진다
어렸을 때 동화책을 만드는 미술학원 같은 곳에 다닌 적이 있었다. 거기서 곰돌이 나라를 만들고 남자 곰들이 드레스를 입고 집안일을 하고 여자 곰들이 농사를 지으러 다닌다는 설정을 만들어서 동화를 만들려고 한 적이 있었다. 결말은 내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 내용을 구상하던 당시에 같이 글을 쓰시던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듣고는 이갈리아의 딸들이라는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셨다. 그래서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읽어보았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했다고 싶은 마음이 들 전도로 다소 파격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남녀의 성별 반전에서 이질감과 카타르시스가 대단하다고 느낀 작품이었다. 통상적으로 인식되는 남자의 역할, 여자의 역할이 바뀌어서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거기서 오는 이질감이 있다. 물론 설정을 생각하고 읽어서 여성이 농사를 짓고 뱃사람이 된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지만 정신을 놓고 읽다 보면 내가 가진 고정관념 때문에 헤매게 되는 부분이 있다.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자가 조금 더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서 현실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던 형체 없는 폭력이 일부분 여자가 남자에게 가하는 형식으로 드러나는데 그런 부분에서 다를 것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남자나 여자나 본질적으로 다를 것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권력을 잡고 있느냐에 따라서 느껴지는 게 다른 것이 인상 깊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 페트로니우스가 남성으로서 이갈리아에서 겪는 망연자실함이 이해가 되어서 남자와 여자 모두 읽어보고 서로가 느낀 다른 감정을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도 남자들 의견이 들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글은 더더욱 남자들 의견이 들어보고 싶다. 둘이 들어보고 싶은 이유는 조금 다른데 여자 없는 남자들은 여자 없는 남자들의 공허함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 책은 사회적 약자가 된 남성의 입장을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자가 권력자가 되었다고 해서 그다지 통쾌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폭력적으로 보이는 행위들에서 더 큰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는 다른 여자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여자나 남자나 뭐든 ~~ 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의미 없는 일인지에 대해서 느꼈던 것 같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주인공 페트로니우스가 이갈리아에서 겪었던 일을 성별 반전해서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장면이지만 수많은 성별 반전과 억압을 보고 나니 그 일반적인 장면에서도 느껴지는 것이 달랐다.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 이 장면을 읽는다면 굉장히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이 읽을만한 글은 아니지만 대학생이 읽어볼 글은 맞는 것 같다. 뭔가 토론하기에 좋은 책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