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주고 사고 싶지는 않은 책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는 싶은데 굳이 내 돈 주고 사고 싶지는 않은 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책이 꽤 있다. 물론 돈 주고 살만하다고 생각하고 샀는데 정말 별로였던 책도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일단 읽어보고 판단하고 싶은 책들이 있다. 최근에 나 같은 경우에는 급류라는 책이 그렇다. 여기저기 입소문이 타고 있고 재미있다 좋다는 평도 많이 들려서 읽어보고 싶긴 한데 굳이 돈을 주고 사서 보고 싶지는 않다. 왜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른다.
그래서 도서관을 뒤져봤더니 내가 갈 수 있는 도서관에는 급류를 빌려주는 도서관이 없다. 그래서 가까운 교보문고에 출석도장을 찍어가며 책을 읽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런 건 책을 살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미안한 행동이기도 하고 매일 20분씩 걸어서 책을 보러 가기에는 애매한 거리가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읽고 있지 않는데 얼마 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도서 신청을 받는다기에 신청해 보았다. 나름 학교 도서관에 3월의 도서니 뭐니 하면서 포스터까지 붙었는데 어떤 이유인지 구비해 두지는 않아서 이 기회에 내가 사달라고 신청했더니 일주일째 감감무소식이다. 1-2주 정도는 걸린다고 하긴 했는데 진행 상황에 변화가 하나도 없으니 이게 되고 있는 건 맞는가 싶다. 아니면 워낙 책 사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확인도 안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때도 독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책 신청을 몇 번 받아 주었던 것 같다. 그때도 읽고 싶은 책이 있긴 했는데 읽어보지 않고 그냥 중고책으로 팔았던 것 같다. 수행평가와 관련한 책이었는데 수행평가가 끝나고 도착하는 바람에 읽을 흥미가 모두 떨어져 버렸다. 또 한 번은 표지가 멋있어 보이는 책을 따라 샀다. 어떤 친구가 먼저 그 책을 받았는데 표지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 나도 다음에 그 책을 신청했다. 또 내가 신청한 건 아니었지만 헝가리어를 소개받던 프로그램에서 우수 소감문으로 선정되어서 헝가리 여행책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책을 사달라고 한건 문제집이 거의 마지막인 것 같다. 요새는 책을 사면 거의 내 용돈 안에서 사기 때문에 돈을 주고 사고 싶지 않다면 도서관을 뒤져보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래서 대학 기관에 책을 사달라고 하는 건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다. 이 책도 몇 없는 도서관에서 과연 나를 위한 책을 사줄지 안 사줄지 두근두근 하다. 만약에 근시일 내로 내가 신청한 책이 도착한다면 급류를 읽고 리뷰를 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