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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독서 하기

한 번에 여러 권 읽기

by 아피

병렬독서라는 단어는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한 번에 두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나는 한 번에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좋아서 병렬독서를 지양하는 편인데 어쩌다 한번 병렬독서를 할 상황이 생겼다.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하면 길 위에서 두 시간 정도를 쓰게 되는데 그동안 핸드폰만 보는 것도 좀 그렇고 다른 공부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책 읽기를 택했다. 그런데 한 번은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친구를 만나러 가기로 했는데 그때 당시 읽고 있던 이갈리아의 딸들을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울 것 같아 얇은 책이라도 한번 들고 다니면서 읽어보자는 마음에 병렬독서를 하게 되었다.


이갈리아의 딸들과 뻬드로 빠라모라는 책을 함께 읽게 되었는데 뻬드로 빠라모는 정말 난해했다. 글의 흐름을 이해하기보다는 장면을 서술한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멕시코의 홍길동전 같은 느낌이라는데 내용이 대단히 기억나지는 않고 60페이지 정도 읽다가 진도가 멈췄다. 얼마 전에 책을 읽다 덮어 버렸기 때문에 오기로라도 다 읽어볼까 아니면 그냥 덮는 게 맞을까 고민하다 그냥 반납했는데 나 외에 책을 건드리는 사람이 잘 없어서 일단 멈춤 상태가 되었다.


병렬독서는 뭔가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하나를 끝내고 깔끔하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게 더 좋다.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을 하고 있으면 머릿속이 뒤죽박죽 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굉장히 자주 병렬독서를 하고 있다. 일단 릿터를 읽으면 두 달에 일주일 정도는 한 번에 두 가지 주제의 글을 읽는 셈이 되는 거다. 릿터는 다양한 장르가 들어 있고 잡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병렬을 하더라도 헷갈리는 느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학교 도서관에서 간간히 꺼내 읽는 시집도 합쳐보면 병렬독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짧고 독립적인 느낌이 강해서 병렬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어지럽게 느끼는 병렬독서는 무엇일지 생각을 해 보면 같은 장르를 한 번에 여러권씩 읽는걸 못 하는 것 같다. 소설을 읽을 때 새 소설을 시작할 수 없고 비문학을 읽을 때 새로운 비문학 책을 읽을 수 없다. 주로 읽는 게 문학이고 소설이다 보니 병렬독서도 소설로는 할 수 없는 거다. 실제로도 릿터를 읽으면 단편소설 부분을 가장 마지막에 읽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때 읽는 책에 영향이 갈까 봐 책을 다 읽고 나서 단편을 읽으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다. 그래서 릿터를 읽을 때 다이어리에 그날에 어떤 부분을 읽을지 정해두기도 한다.


최근에 독서 어플을 깔아서 사용해 보고 있는데 여기에 책을 읽는 진도를 표시하다 보니 내가 생각보다 병렬독서를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소설은 한 번에 하나씩 읽어도 시집은 그때그때 끌리는걸 한두 개씩 읽다 보니 지금 읽고 있는 책은 3권 정도 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내어주는 글까지 읽으면 한국어 영어가 뒤섞인 병렬독서를 하는 중이다. 물론 나는 숙제로 내주는 과제는 책 읽는 거로 치지는 않지만 같이 세어보면 한 번에 4-5권 정도의 글을 읽는다. 병렬독서를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알게 모르게 병렬독서를 한다는 걸 깨닫고 보니 병렬독서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는 것 같다.


+ 커버 사진은 내가 읽으려고 찍어두었던 독서 후보다. 다 읽지는 않았고 일부는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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