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을 많이 읽으면 똑똑해질 줄 알았다

여전한 것 같은 어휘력과 지적능력 그리고 늘어난 유머감각

by 아피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지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고 이런 개념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말도 잘 정돈되게 하고 기억력도 좋고 무언가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가 난다고 한다. 과연 나도 그럴까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책을 열심히 읽은 지는 반년이 넘어가는데 원래의 나에서 그런 분위기가 전혀 묻어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한 이래로 사람들은 나와 대화하면 그전보다 더 자주 웃는데 그 이유는 내가 말하는 게 웃겨서라고 한다.


웃기 다라... 분명 내가 추구하는 단어는 아닌 게 확실하다. 나는 뭔가 차분하고 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웃긴 사람이 되어버렸을까... 최근에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는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는 사람도 처음 봤지만 나 만큼 웃긴 사람도 처음 봤다고 그런다. 내가 입만 열면 빵빵 터지면서 뒤로 넘어갈 듯 웃는데 웃길 의도는 없었지만 일단 웃어주니 좋고 왜 웃는지 당황스럽기도 하다. 우리 가족들도 요즘에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전보다 많이 웃어서 책을 많이 읽어서 사람이 광대가 되어 버린 건가 싶기도 하다.


나는 분명 책을 많이 읽으면 사람이 똑똑해지고 차분해지고 어휘력이 늘어날 줄 알았다. 나는 정말이지 내가 이동진 평론가 같은 인간상이 될 줄 알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평론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며 보이고 싶은 이미지는 책을 많이 읽는 차분한 사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예상한 기대효과는 어휘력 상승과 지적 능력의 향상이었는데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남을 웃기는 데에서는 어휘력이 상승한 것 같기도 하지만 나의 지적 능력이 늘어났냐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똑똑한 사람들이 강연 같은 걸 오면 자주 하는 말이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이다. 20대에게 하는 말이니 20대도 어린 나이라고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린 나이지만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사람이 된다. 그렇지만 나는 뭔가 주먹구구식 지식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쟤네는 책도 안 읽고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정작 나도 그렇게 대단한 생각을 하고 살지는 않으며 누가 물어봐도 자신 만만하게 대답해 줄 만한 지식이나 자신감은 없다. 사실은 모든 것이 허상이고 모두가 그런 척하면서 살아가는 것 마냥 나는 책을 읽어도 뭔가 스스로 내적 성장을 느끼고 있지 못하다.


나는 정말이지 책을 많이 읽으면 똑똑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표현도 조금 더 고급지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최근에는 수영을 배우고 방금도 수영을 하고 왔는데 수영을 하는 내내 내가 힘들다는 표현에 할 수 있는 말은 어휴 힘들어.. 아 힘들어.. 진짜 너무 힘들어... 이 정도였다. 숨이 너무 찬다. 어떤 식으로 힘들다 이런 표현은 생각이 나지 않고 그냥 힘들다는 말만 내뱉는다. 수영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어! 하고 소리만 지를 뿐 그다지 논리 정연하게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른 이들은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의 행동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지적인 사람이 되어간다는데 나는 그런 변화는 못 느끼고 점점 룸메이트만을 위한 개그맨으로 변화하고 있는 기분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책을 읽어야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책을 읽어야 내가 원하는 지적능력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 늘어 간다. 최근에 일이 있어서 5일 정도 책을 못 읽었고 너무 문학만 읽는 것 같아 비문학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관련 책을 읽어 보려고 한다. 이 책을 읽음 으로써 나의 교양이 조금 더 탄탄해지길 바라고 있다.

keyword
이전 28화병렬독서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