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다 보면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교생활하면서 브런치 주 2회 연재를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내가 주 2회로 하기로 했으니까 최대한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거 읽고 다음엔 이거 또 저거 계속 계속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고 나서도 바로 새 책을 골랐는데 이 책을 중간에 덮어야만 했다.
책을 덮어버린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내가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 200페이지 넘게 읽어도 도저히 내용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인물들의 관계며 사건이며 뭐 하나 정리되는 게 없었다. 단순히 재미가 있거나 없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용을 모르겠으니 글자가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버린 느낌이었다. 최근에는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래도 괜찮아진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타이완 소설이 뜬다라는 커버스토리를 읽고 귀신들의 땅을 도전해 보았는데 내가 이 책을 읽기에는 그릇이 너무 좁았나 싶다.
사실 옛날에도 책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글자만 죽죽 읽었던 책이 몇 권 있었다. 그때는 책을 읽는 게 숙제였어서 읽어야 하니까 읽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하다가 그러는 게 너무 시간 낭비 같고 지금은 그렇게 책을 읽는 태도가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아서 덮었다. 나중에 내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가장 먼저 다시 읽어주겠어라는 마음으로 그냥 도서관에 곱게 다시 반납했다. 다른 책을 집어 왔는데 그건 잘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 여러 권 후보 중에 그나마 읽힐 것 같은 책을 골라서 읽는다. 이 책을 읽을 때는 헤세의 유리알 유희라는 책이랑 귀신들의 땅 중에서 뭐가 더 읽기 좋을까 고민하다가 유리알 유희는 첫 장만 읽어도 머리가 핑핑 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귀신들의 땅을 선택한 건데 그다지 적절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새로 고른 책은 앞부분을 많이 읽어보고 빌려왔다.
책을 그만 읽기로 생각할 때 그래도 다 읽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과 아니야 그냥 안 읽을래 하는 마음이 공존했는데 뭐든지 끝을 봐야 하는 성격으로서는 이해를 못 해도 마지막 장을 보겠다는 고민 같은 게 있었다. 근데 이해도 못 하면서 책을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독서감상문 쓰는 숙제받은 초등학생도 아니고 스스로를 위해서 읽는 책인데 이렇게 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었다. 재미없는 책도 완독 했지만 그건 이해가 가기라도 했지 이 책은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의미 없는 행동을 하지 말자는 마음에 그만 읽기로 마음을 굳혔다. 호평이 많은 책이어서 책을 덮는 게 너무 아쉬웠다. 더 읽으면 이해가 갈까 싶기도 했다.
이 책의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의 배경으로 사용된 마을을 투어 하는 영상이 있는데 조금 숨겨져 있다. 나는 책을 다 읽고 영상을 보려고 했지만 책을 다 못 읽어서 그냥 봤다. 말라버린 수영장이나 사당 같은 것들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귀신들의 땅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그 영상을 보고 자신의 상상력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