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 까지
클래식 애호가라고 하기에는 음악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나는 또래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클래식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다.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사건중 하나가 내 인생에서 가장 쇼킹한 사건중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이제 클래식 음악 없이는 나의 많은 것을 설명하지 못하게 되었다. 원래 사랑하면 더 알고 싶어 지는 법이라고 나는 클래식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는데 다른 책들은 너무 무겁게 다가오는 반면에 이 책은 좀 가볍게 다가오는 것 같아 한번 읽어 보기로 해 보았다. 1,2편도 있는데 건너뛰고 3편부터 읽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사조나 작곡가들은 대체로 3편에 실려 있었기 때문에 3편부터 읽어 보았다.
책은 한 곡에 대해서 4-5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간략한 설명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안에 곡의 분위기, 작곡가 이야기, 작곡 당시의 일화 같은 것들이 잘 적혀 있어서 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가져가기 좋다. 내가 들어본 곡과 들어보지 않은 곡이 섞여 있었는데 확실히 들어본 곡은 곡의 분위기와 서사를 알아서 그런지 더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들어보지 않은 곡 중에서도 작곡의 배경이 흥미로운 곡들이 있었는데 쇼스타코비치의 봄의 제전이 그랬다. 여자들을 제물로 바치는 이교도적 행위를 담은 곡인건 몰랐어서 뭔가 갑자기 관심이 확 갔고 언젠가는 들어보리라 생각했다. 말러 교향곡 같은 경우에는 들어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는데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게 재미있었다. 그 정도로 깊은 통찰력을 나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좋았던 점은 소개하는 곡마다 추천 음반이 있다는 거였다. 클래식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연주자의 해석과 감정을 많이 타는 음악이기 때문에 매번 다른 연주가 나온다. 그래서 음반에 대한 추천으로 이 음악에 대한 접근을 쉽게 도와주는 것 같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주로 유튜브로 음악을 들어서 내가 들어보고 싶은 곡이 생기면 곡 이름을 적고 가장 괜찮아 보이는 연주를 들은 뒤 그 연주를 계속 듣는 편 이어서 뭔가 새로운 시각을 잘 얻지 못하는데 추천 음반은 추천 음반인 이유가 있을 것 같아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하는 곡들과 작곡가가 있어 이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음악을 좋아하고 특히 러시아나 북유럽 작곡가를 선호한다. 책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와 가장 좋아하는 곡인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그리고 드뷔시에 대해서 많이 다루고 있는데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클래식 청자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라벨, 거슈윈, 피아졸라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최근에는 홀스트의 행성 관현악 모음곡을 재미있게 듣고 있어서 홀스트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른 곡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있었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음악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두 음악은 처음 클래식에 입문할 때 비슷한 시기에 들었던 음악인데 아무 가사도 없는 음악이지만 30분 정도 집중해서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엄청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두 음악 덕분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유로 내 안의 슬픔을 끌어올려 준다는 이유가 생겼을 정도다. 나는 주로 유튜브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연주하는 영상을 꼭 같이 보라고 하고 싶다. 그냥 들어도 좋지만 다가오는 감동이 배가 되어 돌아온다.
감히 연주를 추천해 보자면 라흐마니노프의 경우에는 나는 조성진의 2018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연주를 들으라고 하고 싶다. 파란 조명에 검정 슈트를 입고 있는 연주인데 나는 이제껏 그만큼 감정의 동요가 큰 연주를 들어보질 못했다. 그리고 그 앞에 나오는 핀란드어 까지 들어주는 게 연주의 완성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워낙 레전드 영상이라서 모르는 사람이 적진 않겠지만 나는 이 연주가 명실상부한 레전드 영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https://youtu.be/aNMlq-hOIoc? si=AlUti4 rT4 cKD5 GEa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같은 경우에는 힐러리 한의 연주가 가장 유명할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양인모의 연주를 추천한다. 특히 시벨리우스 콩쿠르가 있던 해에 연주한 영상을 좋아한다. 나는 정말이지 수치나 형용사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양인모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 보다도 사랑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종교가 있는 편은 아닌데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양인모를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나는 양인모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조성진이나 임윤찬 같은 연주자에 비해서는 덜 유명하지만 이미 팬층도 두텁고 티켓파워도 세서 나도 몇 번이나 리사이틀 예매에 실패했다. 이건 내가 정보에 느려서 그런 것도 있기는 하지만... 하여간에 그렇다.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연주는 언제나 숭고하고 아름답고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좋다. 아까도 잠시 언급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쇼킹한 사건중 하나가 바로 양인모다. 아무 생각 없이 돌아가던 알고리즘에서 양인모의 연주를 듣고 시벨리우스로 넘어가서 1악장 카덴차를 듣던 순간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세상에 이런 강렬함을 나는 느껴본 적이 없었다. 조금만 듣고 있어도 턱 밑에서 뇌 끝까지 차오르는 찌르르한 느낌과 2,3악장으로 넘어가면서 느껴지는 슬픈 감정은 정말 아름다워서 느끼는 슬픔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어쩌다 보니 말이 많아졌지만 나는 그 정도로 양인모의 연주를 권한다.
https://youtu.be/_StSrvUOzIc? si=z4 vAKcDpir-rSYQP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제발 해보라고 하지만 그들이 절대 하지 않는 것이 릿터 읽기와 클래식 듣기인데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일말의 관심이라도 간다면 제발 한 시간만 시간을 비워서 음악을 들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한번 빠져들면 책까지 찾아 읽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하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