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인상은 어린이 도서관에 꽂혀 있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에 엄마가 도서관에서 읽으라고 한 두 권씩 빌려 오셨던 기억도 있고 그냥 책은 어려우니 나름 유익하다고 생각했던 WHY? 시리즈와 함께 자주 읽던 만화책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줄글로 읽어보자니 나름 어색하기도 했다. 소설은 읽고 싶지 않고 철학책은 너무 무거운 느낌이고 뭐 읽어볼까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자 싶어서 호기롭게 집어 들었다. 다른 책들도 있었는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김헌이라는 분이 고등학생 때 우리 학교로 특강을 오신 적이 있어서 괜히 반가운 느낌에 그랬다. 인연이 무서운 거다.
태초에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부터 다양한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까지 아우르고 있어서 이 책은 엄청난 벽돌 책이다. 그래도 나름 아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술술 읽히기는 했다. 태초의 신들 이야기는 비교적 조금 읽었던 편이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사용하는 영어 이름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따온 Gaia라는 이름이어서 가이아 여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태초의 신중에 한 명, 대지의 여신 이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나름 에피소드가 많았다. 태초의 신들 중에서 권력을 잡고 빼앗기고 다시 권력을 빼앗는 자의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다양한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이 몇 번 반복이 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재미있었고 내가 사용하는 이름의 기원이 어떤 행위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사실 막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없어서 대단히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만화로 보던걸 글로 읽으니 만화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한 가지 특이점이라면 이 책에서는 신화에 대해서 꽤나 논리적으로 접든 한다는 점이었다. 그냥 이야기를 푸는 게 아니라 이야기에서 얻어가는 교훈은 무엇인지 어떤 걸 생각해 보아야 하는지 이런 점들을 짚어 주어서 꽤 철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강연 들었던 내용 중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 건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인간들이 행했던 일 중 금기를 어기는 일들이 지적받아 마땅한 것이 아니라 대범한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이카로스의 날개가 가장 대표적인데 비록 이카로스가 금기를 어겨서 바다에 빠져 죽었지만 그가 더 멀리, 더 높이 날아가는 것을 시도해 보았다는 점에서는 그 선택과 대범함에 대해서 손뼉 쳐 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판도라의 선택 또한 무조건 비난할 점이 아니라 그걸 열어보기까지의 과정, 희망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 속의 이야기를 잘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사실 3년도 더 된 이야기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셨었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영화나 소설 그리고 창작물에서 메타포로 많이 사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알아두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 아이돌 음악 제목은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인데 이 중에 프시케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의 아내 프시케이다. 이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이 사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창작자라면 한 번쯤은 공부해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