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 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장편소설 / 출판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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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내가 오-랜만에 골랐다가 이틀 만에 다 읽어버린 책에 대한 자유발언이다.
독서기록장 같은 개인적인 생각이 아주 많이 들어있으니 염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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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고른 이유
술술 읽히는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건 엄청난 행운인 것 같다.
서점, 도서관 등 책이 있는 공간에 놓여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읽고 싶은 게 많은데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방대함.
그 속에서 현재 가장 나에게 공감이 되고 필요한 이야기를 누군가 딱 뽑아 줬으면 하는 마음.
유튜브의 도움을 받았다. 추천하는 장편소설 탑 10. 이런 거.
그중 흘러가듯 나오는 책중 하나였다. 그리고 정말 내가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책이기도 했다.
쁘띠쁘띠한 컬러감의 아기자기한 그림의 표지, 제목에는 어떤 공간을 포함시키는데
난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따라 하는 거 같아서 별로 기분이 안 좋았다.
제목부터 뻔한 느낌.
제목에 '세탁소'가 들어간다면 ' 아 각자의 결핍을 갖는 인물들이 세탁소에 모여 치유받고 성장해 나가는구나'
제목에 '편의점'이 들어간다면 ' 아 각자의 결핍을 갖는 인물들이 편의점에 들러 치유받고 성장해 나가는구나'
하는 그런 선입견들.
이 책도 그랬다.
그래도 재밌다고들 하니까. 예상가지만 속아주는 척 읽어보자.
02. 좋았던 점
- 내가 좋아하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 점이 좋았다.
글에서 묘사하는 제주 바람, 파도소리, 짭짤한 공기들이 어떤 건지 충분히 알기에 더 몰입이 되었다.
- 생각보다 뻔하지 않은 손님들. 예상대로 제주에 있는 사진관에서 오고 가는 손님과 이루어지는 에피소드였는데 예상가는 손님들이 아니어서 좋았다. 50세 나이에 동창들과 함께 라이더 여행을 온 아줌마들, 힙한 느낌을 너무 좋아하는 MZ 신혼커플, 스노클링에 진심인 20대 남녀들, 자신의 과오에 평생을 괴로워하다 큰 결심을 하고 떠난 전직 형사 등등.. 캐릭터의 인물과 행동이 다 보이는 듯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 뻔한 남녀 로맨스가 아니었다. 사진관 주인은 남자 사장이고, 육지에서 내려와 방황하다 어쩌다 보니 같이 일하게 된 여자가 등장한다.. 클리셰대로라면 둘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고.. 같은 전개가 예상되지만, 남자는 이미 짝사랑하는 제주 여자가 있었다..! 다행이었다. (?)
03. 아쉬웠던 점
- 아쉬웠던 점이라기 보단.. 의문점에 가까운데,
주인장은 사진관에 오는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쉬는 공간도 마련하고, 거한 식사까지 대접한 후, 식사를 하며 당일에 찍은 촬영본을 재빨리 셀렉해서 슬라이드 쇼로 보여준다. 심지어 고객이 좀 피곤한 것 같으면 숙박(?)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대체 이거 다 해서 얼마 받을까? 얼마로 책정에 놔야 문의가 들어올까...?
- 근데 너무 내 워너비 버킷리스트랑 흡사하다. 읽으면서 계속 ' 아 나도 이렇게 제주도에 하나 차리고 싶다'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물론 사진은 전문가 고용하고. 음식은.. 연습하고..
그래서 얼마 받아야 먹고살 수 있을까..?
04. 마무리
- 오늘은 서울시청 도서관 앞 잔디마당에서 야외독서를 할 수 있는 금요일. 모르고 와서 그런지 더 기분 좋게 야외독서를 할 수 있었다. 해가 점점 사라지더니 쌀쌀해지는 날씨에 이제 안에 들어가서 읽을까 고민하다가 울컥하는 포인트들을 읽으며 자유롭게 눈물이 흐르도록 놔두더라도 찬 바람 때문에 흐르는 눈물인척 할 수 있어서 최대한 버티다가 들어왔다.
오늘은 뭔가 그런 날이다.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았고, 그게 너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으며,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 받쳐준 날.
선물 같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