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없는 하소연 ] _ 김민준 지음 ( 출판 : 자화상)
지난 글에 이어, 독서에 기름칠이 되었는지 책 읽기에 스퍼트가 붙는다.
매주 한 번씩 예약도서가 준비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도서관에 간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책이다.
01. 고른 이유
- 순전히 외적인 이유다. 얇고 녹색이다. 그뿐.
- 너무 설명이 얄팍했다면, 얇은 건 주로 이동 중에 책 읽기를 시도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이고
녹색은 내 최애 색이다. 근데 이제 아주 찌인한 진녹색.
02. 짧은 줄거리
- '하소연'이라는 여자가 등장하고 그 집에 같이 사는 반려식물 '아글라오네마'의 이야기다.
회사일에 적응하기 어려워 보이는 '하소연'은 하소연할 친구도 없어 보인다. 항상 그 자리에 뿌리내리고
서서 주는 물을 받아먹고 쬐는 해를 받아먹는 식물에게 하소연을 한다.
그 식물은 그런 하소연을 사랑한다. 비록 꽃을 피우지 못해 스스로가 못마땅하고, 꽃을 피우는 다른
식물과 나를 비교하며 속상해하기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한 채 그렇게 서있다.
- "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나 인간아, 나처럼 단순하게 살아봐. 온전하게, 온 마음 다해. "
03. 기억에 남고, 남기고 싶은 것들
- 얇은 주제에 또 내용은 어느 단어하나 허투루 쓴 게 없어서 작가의 사랑과 온 마음이 꾹꾹 눌러 담긴
알짜배기 선물세트다.
- 모든 문장들을 머리에 각인하고 싶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말들도 있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순간이 한 번은 올 텐데 그땐 이 문장을 떠올려보고 싶다 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것들을 한번 각인해보려 한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다.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가 지닌 세상의 한계라고.
(중략) 언어의 한계는 표현의 한계를 만들고, 표현의 한계는 단절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순환작용은 내가 속한 세계를 좁게 만들고 결국 사람들을 조금씩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하여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고.
또한,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어야만 한다고.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화라고 하는 것은 나의 마음속에서 타자의 마음을 짐작으로 느끼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정을 해석하는 것뿐이지, 그것은 온전히 주고받을 수 없다.
그것은 서운하면서도 어쩌면 고마운 일이다.
결국에 모든 개인의 감정은 영원한 비밀로 남게 될 것이므로.(중략)
어찌 됐든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모든 이해가 오해를 전제로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11쪽, <이해한다는 말>
내가 언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이자 책을 좋아하는 이유. 그 세계의 언어를 알면 그 세계의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를 표현하고 나와 다른 너를 내가 이해하며, 오해는 사라지지 않음을 인정하며, 최대한 그 간극을 줄여가며, 관객의 마음까지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사랑은 단순히 규정하는 것은 아니고, 증명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 그건 그냥 느끼는 거야.
나를 오롯이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저 동의할 뿐이야. 맞아, 사랑은 흔하지 않은 거야. 그것이 마냥 어디서나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감정이라면
나는 이렇게 간절히 사랑을 원하지 않았을 거야. 사랑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한 거야."
-119쪽 <드문 감정>
사전적 정의로 '오롯이'는 '모자람 없이 온전하게'라는 뜻이다. 그렇게 따지면 정말 오롯이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건 기적과 같은 일 아닐까.
사랑은 흔하지 않은 것이다. 사랑은 내가 오롯한 사람임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오롯하지 못한 나를 오롯이 인정해 주는 순간을 맞이하는 건 참 드문 감정이다.
"꼭 비밀스러워야 한다. 정답을 들으면 대개는 시시해지기 마련이지. 그래서 그 누구도 감히 어떤 삶이 정답이라고 말해선 안 되는 거야. 어느 누구의 삶도 시시해져선 안될 노릇이니까.
적어도 삶에 대한 물음에 대해선 정답이란 비밀로 남겨져야 하는 거야. (중략)
꼭 비밀스러워야 해. 시시해져 버리면 어떡해. 그건 정말 큰 일이거든."
-123쪽 <비밀>
타인의 삶을 평가한다니, 그건 정말 감하다 "비밀스러워야 해. 시시해져 버리면 어떡해. 그건 정말 큰 일이거든." 맞아, 그건 진짜 큰일이다.
그래서 난 누군가 삶의 조언을 묻는다면 반대로 상대의 생각을 묻는다. 비밀스러운 너의 삶을 함부로 나에게 밝히지 않도록. 앞으로 너의 흥미진진할 인생을 비밀스럽게 꼼지락대보게끔.
실은 편견마저도 하나의 견해일 뿐이다.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면 편견이 없다는 것은 주관이 없다는 말과 같다. 편견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이기적인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의견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접근하는가'는 아닐까.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작정 반기를 들고 다가설 이유는 없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다 자기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니까.
다만,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편견에 갇혀서 너무 많은 것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124쪽 <편견>
편견이 곧 주관이다. 편견이 있는 사람이 다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 머리에 뭔가 쾅 내려앉은 기분이다. 편견은 어쩌다 그렇게 부정적인 냄새가 나게 되었을까.
편견의 사전적 정의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하루를 살면서 공정한 순간이 몇 번이나 있을까? 결국 다 나에게 이롭고, 내가 평소 하던 행동과 습관대로 반복되는 루틴들이 더 자주 등장하지 않는가? 편견. 나쁜 애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의 편견과 너의 편견이 다른 것은 너무나도 부지기수라 매번 창을 들고 무너뜨리려 돌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땐 내 성벽을 슬그머니 무너뜨려 너의 편견이 잠시 방문할 기회도 주는 거다.
우린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 고스란히 내면에 쌓이게 되면 자기 자신은 물론, 자칫 다른 이를 상처 입힐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하소연을 할 곳이 필요한 것이다. (중략) 그것은 언어적인 형태가 아니어도 괜찮다. 예컨대 가슴이 답답한 날엔 전시를 관람하고 울고 싶을 땐 가장 아끼는 영화를 다시 한번 보자. 무언가가 그리운 날엔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외로운 날엔 편지를 써서 구태여 서랍 속에 곤히 모셔두는 일을 해보자. 나만이 알 수 있는 형태로 하소연을 해보자. 부질없다면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메마르고 말 것이다.
-127쪽 <직장상사 L>
나는 어떤 방법으로 하소연을 할까? 초등학교시절부터 난 집에 오자마자 설거지하는 엄마 등 뒤에서 1교시부터 하교할 때까지의 모든 일과를 쏟아낸 후에야 식탁 위 간식을 집어먹을 수 있었다.
나의 하소연은 어른이 된 지금도 비슷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된 건 글을 쓴다는 것이다. 내면을 글로 적어 끄집어내는 이 방법은 생각보다 속이 후련한 하소연법이다. 이렇게 쓴 글을 이런 데다 올려 남들과 공유도 할 수 있고 말이다.
난 역시 남에게 털어놔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8살 버릇 27살 간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