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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해 놓은 세탁소 가서 빨래하면 되니까.

퇴근길 커피 쏟아짐 사고

by 혜림




퇴근길 아버지께서

어떻게 오냐고 연락을 하시고

나는 택시 타고 가면 된다고 말한다.




데리러 오신다는 아버지


마침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었 잘됐다.




아버지께서 오시는 동안

주변 카페 잠시 들려서

커피 두 잔 테이크아웃!


딸은 아메리카노

아버지는 카라멜마끼아또





주문하고 나오니까

반가운 아빠차가 눈앞에 보인다.




캐리어에 담은 커피

자동차 앞 유리창 쪽 구석에 쏙~

딱 맞게 들어가서

고정된 것 확인하고

시원한 커피 한 모금 꿀꺽





아~~이제서야 살 것 같다.


이게 힐링이지!





아버지께서


"여기로도 내려가는 길이

있을 것 같은데?"


하시고는




처음 보는 골목길로

부릉부릉 내려갔다.



가파른 내리막길 괜찮았는데

길이 없다. 끊어졌다.





옆에 오르막길로 다시 올라가는데


순식간에


카라멜마끼아또를 쏟았다.

쏟아졌다.




아빠차에 주르륵


흰 운동화에도 주르륵




"어후..큰일났다 괜찮아?"




아버지께서는 차를 세우시고

내 옷과 신발 괜찮은지부터 살피신다.



그러고 나서는


흥건해진 조수석 바닥

차에 있는 걸레로 닦아내셨다.

빨대는 바닥에 떨어져서

사용할 수가 없다.





나는


"빨래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그나저나 차 안에 냄새나서 어떻게 해요.."




"달콤한 향기 좋은데 뭐

우리 큰딸이 아빠 마시라고 사준 건데 아까워서 어떻게 해"





그래도 많이 쏟지 않아서 다행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커피 사고


오르막길 알면서도 고정되어서

안 흔들릴 줄 알았는데

잡지 못한 내 잘못도 있는 거지











수영시간 끝나고 집에 가니까,

빈 플라스틱이 보였다.

커피 괜찮았냐는 내 물음에

맛있었다는 대답을 하신 아버지





이불 빨래하려고

부모님과 함께 첫 방문했던 빨래방

5만원 결제해 놓은 곳에 가서

흰 운동화 빨아야지






차가움 속에

부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커피







다음에는 내가 두 손으로

두 잔 모두 잡아야지

아버지처럼 다정한 사람을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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