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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건 그냥 부러워하련다

by SingleOn

얼마 전 한 SNS에 글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글 내용인즉슨, "솔직하게 고백해 본다. 주재원 와이프의 삶, 너무 부럽다. 나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이 글이 그렇게나 여러 사람의 기분을 다방면에서 나쁘게 할 수 있을지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다들 너무 힘들게 살고 있구나..


내 신분이 공개되지 않은 공간이어서 그런지.. 그럴 거면 네가 주재원을 해라, 주재원 와이프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 남편 등 빨아먹고사는 그런 비주체적인 삶을 바라는 거냐, 네가 해외 험지에서 살아봤냐, 주재원 와이프도 서열이 있다.. 등등...


나는 그냥 싱글맘으로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처음 하는 해외 생활도 적응하느라 고생스럽고, 회사 일을 포함, 아이와 집안 살림도 챙겨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큰 생각 없이 쓴 말이었다. 한국에서라면 많은 것들을 도와주고 대신해주시던 부모님도 안 계시고, 힘듦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 배우자가 있어서 삶을 공유하며 짐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너무 지친 마음이었다. 그래서 배우자와 함께 온 다른 남자 주재원들이 부러워서 쓴 말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지탄받을 대상인 건가.. 처음에는 좀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많은 댓글들을 읽으면서 시간이 지나니.. 아, 내가 가진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내가 직접 주재원으로 나와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능력과 경제력도 있고, 동시에 집안 일과 아이도 돌보면서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고, 해외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언어도 늘고 있었다. 힘들고 고된 시간이라고만 느꼈던 시간들이 지나고 보니 나의 꽤 많은 부분을 성장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여러 안티 댓글들이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여전히 부럽다. 아이의 힘든 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하고, 나도 힘들다 보니 "니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라며 아이를 그냥 세상 밖에 던져 놓은 건 어쩔 수 없이 싱글 워킹맘이 가지는 마음속의 미안함이 있다. 매일 혼자 등하교를 하게 하고, 집에 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 주지 못하고, 숙제가 뭔 지, 시험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 적응도 너무 벅차서 아이에게 전혀 신경을 써 주지 못한 것들이 이제 좀 적응이 되고 나니 더 미안하게 느껴진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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