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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칠기삼

다만 노력할 뿐

by 디제이K Mar 19. 2025

2000년대 중반

30대 마지막해를 보내고 미지의 40대에 들어섰다.

해외 현지에서 홀로 서 보겠다고 과감하게 이직에 도전하여 자리를 옮기는 모험을 강행했다.

연봉이 올라가고 법인장이라는 직함으로 불리는 것은 좋으나, 반대급부로 지불해야 할 것이 만만찮게 크다.

무조건 성과로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다.

이직 후 1년도 안되어 현지 사업과 법인장 자리, 그리고 가장의 책임을 위기에 빠트릴 만한 거센 폭풍이 몰아닥쳐 준비 없이 맞서 싸워야만 했다.

설상가상 주위에 우군은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은 시련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 간다지만, 그때는 눈앞에 생존이라라는 본능만 있었다. 성장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고, 그 어떤 품격 있는 활동이나 사고를 할 상황이 아니 되었다.

절치부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 하면서 3년에 걸친 전투를 이끌며 현지 직원들과 같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진 강한 적에 맞서 싸웠고, 결국 승리했다.

그리고 승리의 축배를 들며 내가 잘해서 된 거라 생각하며 의기양양 으스댔다. 잠시나마.


운칠기삼

다행히 30대의 나이에 해외 현지 법인을 경영해 볼 기회가 있었고, 그 경험을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의 현지 법인장으로 이직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는 운이 7칠, 나의 노력과 준비가 3삼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이직 후 처음 맞이하는 거센 폭풍에 맞서 싸워 이긴 것도 나의 노력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혼자 잘해서 된 것이 아니며, 나의 노력은 많아봐야 3할 정도다.

그 이후 기대하지 않은 두 번의 이직 기회를 경험하며, 현지에서 일하고 사는 동안, '운칠기삼'은 세상의 이치를 잘 설명해 주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에 영향을 주는 많은 주변 요인들이 있다.

부모 형제, 인연을 맺은 지인,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 내가 읽은 책이나 영화, 심지어 내가 먹은 음식 등등

주변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생성된 수많은 정보들은 시시각각 나의 뇌 속에 입력되고, 어떤 정보는 긍정적으로 또 어떤 정보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쨌거나 그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내가 갈 길을 선택하고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혹은 절망에 빠트릴만한 고통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주변 요인들은 '운칠기삼'에서 '7칠'을 차지하는 운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정보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나의 행동방식을 어떻게 결정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며, 이 부분이 내가 할 수 있는 운칠기삼에서 '3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은 걱정과 불안 또는 불만을 야기하는 환경들이 많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며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지혜롭게 선택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 받아들이며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산다 하더라도 완벽한 신이 아닌 이상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있다. 상당히 많다. 고통이 쉴 새 없이 따른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돈을 1000억 원 벌겠다고 목표를 세우거나,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이 성공한 기업가가 되겠다고 설치거나, 자식을 이 세상에 이름 날리는 인물로 키우겠다고 노력해도 결국에는 나의 뜻대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


50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줄 알게 됐지만, 한창 혈기 왕성한 30, 40대에는 왜 안되냐고 왜 이러냐고 소리치며, 속으로 매우 화를 내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어금니가 마모되고 금이 가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치과 치료를 받으며 알게 되었지만, 밤에 자면서 이를 갈아서 그리되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 스스로 분해하며,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냐고 화내면서 이를 갈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주어진 환경이 불만이었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나지 못하는 어떤 한계가 있는 듯하여 화가 났다.

그 한계가 너무 답답하고 싫었다.

그래서 이 좁은 땅을 떠나 더 큰 세상에서 좀 더 큰 스케일로 살고자 해서 무대를 옮겼다.

그러나 새로 옮긴 무대 역시 만만찮은 곳이었다.

세상 어디를 가나 내가 헤쳐나가야 할 거센 폭풍과 맞바람은 있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시기를 피하고 싶어 물러선다면 내가 이룬 내 가족의 소중한 생명들을 지킬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맞서 싸울 수밖에.

갈길은 단 하나 그 폭풍을 뚫고 나가는 길 뿐이었다.

그래서 '7'을 바꾸겠다고 운을 바꾸어 보겠다고 설쳤지만, 그건 착각이었으며, 지나고 보니 단지 '3'에서 논 것 것뿐이었다.


브런치 글 제목이 '삶은 사랑과 도전이 전부다'라로 지어놓고 왜 뜬금없이 '운칠기삼'을 들먹이냐고 질문할지 모르겠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요즘만큼 마음에 와닿는 적이 없다.

30대와 40대 혈기왕성한 전성기를 보내며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듯한 오만을 떨며 살았다.

그러나 내가 잘났다는 것은 다 착각이었다.

7이 아무리 좋아도 3의 노력이 없다면 내게 다가온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렵다.

반대로 7의 운이 안되고 그보다 훨씬 적은, 1이나 2 혹은 3, 4의 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3에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집중한다면 

이병철, 정주영 같은 재벌이나 마크주크버거, 일론머스크 같은 큰 인물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어느 정도 하고 가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나에게 주어진 운이 얼마인지 아는 주제파악, 내가 서 있는 위치와 내가 처해 있는 상황파악을 정확하게 인지하려는 노력, 어려워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멘토를 찾아 독서를 하며 절실하게 지혜를 찾으려는 노력, 제어할 수 있는 '운칠기삼'의 '3'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때쯤 되니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렸다.


인생은 운칠기삼이다.

'운칠'은 나의 소관이 아니며, '기삼'이 내 삶의 전부다.


거센 폭풍과 맞바람을 헤치고 삶의 야전에서 전투를 치르고 승리를 거뒀을 때 나는 그것이 내 능력으로 내가 잘해서 그리됐다고 으스댔다.

잘 된 모든 것은 내가 잘해서 그리 된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운이 좋아 그렇게 된 것뿐이었다.

다만 잘한 것은 3에 집중해서 노력했다는 것뿐.

나이 40에는 그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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