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업주부 알바세계의 문을 열다
평범중에서도 평범한 튀는걸 소름 돋게 싫어하는 나는 45세 주부다.
전업주부에 약간의 돈 버는 기능이 추가된 거 같은 정체성이 매우 애매모호한 주 3회 일하는 알.바.주.부.
40대 중반이 되니 애들은 크고 들어갈 돈은 많아졌다. 미친 물가상승과 더불어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다. 주변을 돌아보니 어라~주변 엄마들도 슬슬, 이미,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은 해야겠는데 집에서 살림만 하던 내가 특별한 경력도 없는 내가 대체 뭘 하지?
지인이 알려준 대로 핸드폰에 당근앱을 깔아보기로 했다.
수많은 지역 알바가 실시간으로 마구 올라왔다.
보자.... 눈 빠지게 보았고 그날 이후 틈날 때마다 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긴 한 걸까 의문이 들 무렵 단골로 가던 카페에서 몇 시간만 도와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커피는 캡슐 기계 버튼만 눌러봤는데..
- 뭐라고요? 진심이세요? 전 커피 내릴 줄도 모르는데요? 정말 진심이세요?
알바 제의에 그 사장님의 진심을 왜 그렇게 물어보며 알고 싶어 했는지..
어쨌거나 난 그 제의를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45세의 전업주부.
알바 세계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쁘고 젊은 언니들이 하는 알바인 줄로만 알았던 카페에서 일이 시작되었다. (나름의 치장을 하며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이고 자 애쓰던 노력이 무색하게 ) 사장님 바뀌었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난 시급 만원의 알바를 이어 나갔다.
전업주부의 18년 부엌경력을 바탕으로 카페 주방(?)을 종횡무진하며 후다닥 일을 배웠다. 그래서 무경력의 나이 많은 아줌마 카페알바는 사장님께 우쭈쭈 꽤 많은 칭찬을 듣게 되었다.
이 나이에 이런 단순 노동으로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을 수 있다니 그것도 돈을 받으면서 이건 정말
나이스하잖아!
일을 시작하고 처음 받은 급여는 40만 원이었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적금도 하나 만들자는 큰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난 그것이 망상이었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통장을 초고속으로 찍고 아니 찍고 지나가긴 하는 건가 의문스러운 내 돈 40만 원.
그 돈을 몇 달간 지켜보며 처음 일을 시작하고 느낀 돈을 번다는 벅참 설렘은 빠르게 흔적도 안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몇 달 뒤 다른 것도 좀 찾아볼까 싶어 이것저것 뒤져보지만 생각보다 일자리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아플 정도의 갑갑함이 옥죄어 왔다.
내가 30대 중반만 되었어도,, 아니 30대 끝자락만 되었어도,
39살엔 뭘 했나, 35살엔, 29살엔, 23살엔, 더더더 내려가다 대체 19살에 난 공부를 왜 더 안 했을까,,,,
열심히 일해서 칭찬을 많이 받아도 나는 시급 만원의 알바생이었다. 손님이 많아 바쁘면 바쁠수록
이젠 아픈 관절 걱정도 해야 하는 중년의 알바생.
뭐라도 돈 버는 일을 할 수 있구나란 자신감과
더불어 내 안 어디선가 스멀스멀 울컥울컥 올라오는
기분 나쁜 묘한 초라함이 함께 느껴졌다.
하지만 어쨌거나 일은 참 열심히 하였다.
손님 없이 앉아 있을 때는 이 카페가 내 가게라고 상상을 하며 사장님이 된 내 모습에 흡족해했다.
나도 이런 가게를 차려볼까라는 뜬구름 같은 미래도 계획해 본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난 카페를 그만뒀다 다시 했다를 두어 번 반복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새로운 알바를 시작으로 또 다른 알바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