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대학원생의 삶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해볼 만하다.
직장인 대학원생의 생활은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고 못 견딜 만큼 엄청 어렵지도 않다. 사실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그 쉽고 어려움의 정도가 달라진다.
적당히 강의 듣고, 적당히 과제하고, 적당히 시험 보고, 적당히 논문 쓰면 뭐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 ‘적당히’의 정도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는 늘 ‘적당히’가 잘 안 되는 사람이다. 안 할 거면 아예 안 하고 할 거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다. 이런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며 크게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이것은 내가 대학원을 다니지 않았으면 평생 얻지 못했을 수도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자기 신뢰다. 대학원을 다니는 5학기 중 2학기는 논문에 매진했다. 논문을 쓰는 초반, 나는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우수 논문상 예정'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그 목표를 이루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내 안에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고, 살면서 어떤 일에 이렇게 몰입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논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결국 나는 나를 신뢰하는 마음을 얻게 되었다. ‘작은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만들어 내고, 이것들이 이루어져서 큰 성공을 자아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사실, 이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계획한 대로 충분히 노력한다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둘째, 배움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회사에 입사를 했고, 입사 이후 이렇다 할 배움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 직장 내 직무 역량 강화 과정이야 형식적인 것들이었고, 날이 가면 갈수록 독서의 빈도는 낮아졌다. 취미생활이라고는 소비 욕구를 충족하는 것들뿐이었다.
이런 내가 대학원을 다니며, 과제로 주어진 책을 억지로 보기도 하고, 토론을 위해 이런저런 문헌을 찾기도 하면서, ‘아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가득하구나. 나는 정말 무지한 인간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논문을 작성하며 수많은 문헌을 접했고, 이 텐션을 유지하기 위하여 졸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읽은 책이랑 최근 2년간 읽은 책의 양이 거의 비등비등하게 느껴질 정도이다.(정확하지는 않다.)
대학원 입학 전과 졸업 후의 내 삶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것들은 나를 변화하게 만들었다.
직장인 대학원생의 삶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해볼 만하다. 꼭 대학원이 아니라도 좋다. 그 어떤 도전을 통하여 ‘잔잔했던 호수와 같은 삶에 돌을 한번 던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영향을 미쳐서 더 나은 물줄기로 뻗쳐서 광활한 대지로 흘러갈지, 아니면 던진 돌이 그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는 해봐야 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