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의 첫 면담에서 한 약속을 지켰다.
작년에 대학원을 졸업할 당시, 지도 교수님 선물을 따로 준비해두었었다. 그러나 본심사 당일 갑자기 인준을 해주시는 바람에 그 이후 찾아뵙지 못했고, 준비해 놓은 선물은 쇼핑백에 아직도 그대로 담겨 있다.
그 이후 교수님은 해외에 일 년간 안식년을 보내러 떠나셨고, 한동안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감사의 편지까지 썼는데, 준비한 선물을 언젠가 꼭 전달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오랜만에 연락드리면 어색할 수도 있겠다고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됐었다. 저널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일주일에 1~2회는 교수님과 메일을 지속적으로 주고받고 있다. 예전에는 교수님께 메일 하나 드리는 것도 어려웠고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정말이지 익숙해졌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저널 논문 마무리 단계이다. 최근 학회지 편집 담당자와 지속적으로 메일을 주고받는 중이다. 물론 모든 내용에 대하여 교수님의 컨펌을 받고 메일을 회신하고 있다.
논문을 쓰면서 '이메일'이라는 연락 도구는 나를 참 지치게 만들었다. 카카오톡이나 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했던 나에게 '이메일'은 정말 구석기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졌다. 이유는 교수님께서 빠른 회신을 해주시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문을 작성하며 교수님과의 연락 도구는 '이메일'이 정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교수님은 항상 바쁘시다. 모든 대학원생들에게 바로바로 답장을 하고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메일'이라는 도구는 여러모로 특화된 연락도구이다. 인스턴트 식으로 짧은 내용을 소모적으로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문자나 카카오톡보다는 보다 명확한 내용 전달이 가능하다. 또한 바로 답장을 하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가능한 메일을 한번 보낼 때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압축하여, 그리고 최대한 정중하게 언어를 골라서 작성한다. 교수님도 그 학생에게 시간을 할애할 준비가 되셨을 때 답장을 주시는 것 같다. 적어도 나의 지도 교수님은 그러셨다. 교수님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다른 교수님들은 또 다른 양상을 띌 수도 있다.
아무튼, 이제 진짜 마무리 단계이다. 편집본도 확인하였고 교정된 영문초록까지 확인하였다. 곧 발행될 나의 저널 논문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교수님과의 첫 면담에서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나는 학위논문과 학술지 논문 둘 다 하겠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