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납작만두로 보입니까?

세상에 '만만한' 사람은 없다

by 펜 끝

대구에서 처음 먹어 본 음식 중에 납작만두라는 게 있다. 첫인상은 별로였다. 뭐 이렇게 성의 없는 음식이 있냐고 생각했다. 종잇장 같은 두께와 그 안에 당면 몇 가닥이 전부였다. 이게 왜 유명한 건지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다. 양념장 맛으로 먹는다고 했다. 먹어보니 나쁘진 않았지만, 감동적인 맛도 아니었다. 이 음식은 추억으로 먹는 음식인 듯했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여러 음식에 이 납작만두가 토핑처럼 올라온다. 찜닭, 떡볶이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추가할 수 있는 게 바로 납작만두이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에 '프로 불편러'들이 있다. 관리실에 민원 넣는 걸 자신의 최대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모두를 납작하게 눌러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납작 엎드려줘야 하나, 확 받아쳐 줘야 하나를 놓고 고민하게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 말이 하고 싶어진다.

"내가 납작만두로 보입니까?"라고 말이다.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공사 안내문이란 걸 붙이게 된다. 나의 연락처가 기재되어야 한다. 규정이라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딱 좋은 타깃이 된다. 어지간한 민원 전화는 다 받아봤지만, 여전히 아주 신선하리만큼 생각지 못한 일로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화하는 사람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낯선 번호의 전화가 왔다. 마치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불쑥 방문을 확 열어젖힌 듯한 느낌이 든다. 얼마나 심장이 벌렁거리는지 그들은 알까? 당연히 그들은 그러라고 그 시간에 전화하는 거다.

"00호 공사하는 사람 맞죠?"

"네! 맞습니다만 무슨 일로 이 시간에 ....?"

"내가 쭈욱 둘러봤는데 그 층 계단실에 창문 안 닫고 간 거 알아요?"

"네? 저희가 열어 둔 게 맞나요?"

"아, 그럼 누가 열었겠어요? 와서 닫고 가세요."

심호흡을 세 번쯤 크게 한다. 이 인간을 어찌해야 할까. 좀 닫아줄 수도 있고, 창문이 조금 열려 있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저 혹시 경비실에서 나오신 건가요?"라고 다시 물어봤다. 경비원이라면 알아서 할 일이지 이 시간에 이런 전화를 할 리가 없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고요. 그런 건 당신이 알 거 없고...?"


이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외로운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에게 화풀이하는 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결국 창문을 닫으러 가지 않았다. 웬만하면 가려고 했지만, 혹시 갔다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이 한밤중에 그보다 더한 공포 체험이 있겠는가. 오늘 밤은 편안한 잠자리가 되기는 글렀다. 힘들게 잠이 들더라도 악몽을 꾸게 될 것 같다. 내가 납작만두가 되어 프라이팬 위에서 한껏 눌리고 뒤집어지고 있는 그런 꿈 말이다. 그 사람도 날이 밝으면 자기 일을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슬러 본다.


세상에 '만만한 사람'은 없다. 배려가 없는 사람과 그걸 감내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숨어서 큰소리만 낸다. 이런 이유로 납작만두를 볼 때마다 입이 쓰다.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납작만두를 돌돌 말아서 양념장을 푹 찍어서 한번 먹어봐야겠다. 삶이 고소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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