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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마을이라는 말에 혹해서

by 봄비

컴퓨터에 '귀농'이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찾아보았다. 나보다는 남편이 찾은 게 맞을 것이다. '생태마을'이라는 글자에 마음을 뺏겨 연락을 했다. 이미 이루어진 마을이 아니라 계획하고 있는 마을이라고 했다. 처음 들어본 지역이었다. 경상북도 영주. 영주라는 이름은 자주 들어보았지만 영주라는 지역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다행인 건지, 생태마을은 이제 막 계획중이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영주 근처에서 모여 모임을 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꿈꾸는 마을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꿈꾸는 마을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총 16채 중에 몇몇 집들은 임자가 나타나 계약을 했다. 우리는 기꺼이 두 번째로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냈다. 우리가 낸 계약금으로 집을 짓는다고 했다.


안식년 020.jpg

낙안읍성


입주 전 사전 모임을 1년 여 가량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였다. 우리의 꿈이 점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아뿔싸! 그런데 설계하신 책임자가 지어놓은 집은 정말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집 자체가 너무 작았다(23평이라고는 했지만 구조가 안 좋아서인지 더 작아보였다). 거실과 화장실, 다락방 등이 분리되어서 불편해 보였다. 설계도면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지어놓고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목조주택이었는데 집 마감도 싸구려 합판으로 대충 붙여 놓은 듯했다ㅠㅠ 생태마을이어서 바깥에 생태화장실을 지어놓았는데 여름엔 괜찮겠지만 겨울엔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많이 불편할 듯했다. 어쩌나, 진퇴양난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몇 년 전 양평의 전원주택을 보러 다녔는데 차라리 양평 집을 살 걸 그랬나 싶었다.

우리가 살던 용인 아파트는 내놓은 지 1년이 되어서야 팔렸다. 그런데 막상 영주로 가려고 하니 막막했다. 애초에 그쪽에서 약속한 건 아이들 공부방(학당)이나 공동의 건물도 있었는데 돈이 없다면서 공사는 중단된 상태였다. 계약한 사장은 이미 경남 산청에도 이와 비슷한 마을을 지었던 건축자였기에 믿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집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사람은 잔금을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남편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애초에 약속한 것과 다르지 않냐며 차라리 마을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화를 내며 우리에게 입주하지 말라고 큰소리쳤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는데 잘됐다 싶었다.

문제는 이삿날이 며칠 남지 않아 짐을 정리하며 싸고 있었던 때라는 것이다. 당장 가야 할 곳이 없었다. 아직 셋째도 어린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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