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두 분의 감사한 두 어머니가 계시다. 마음이 힘겨울 때, 많은 위로를 주시는 분들이시고 도피처와 피난처가 되어주시는 분들이시다. 감사하다. 그분들이 계셔서, 내가 힘들 때 도피처로 도망치듯 그분들께 가서 숨을 쉰다.
살아가는 게 항상 편안하고 안락할 수는 없다. 그럴 때 나의 편, 나의 위로자, 나의 진정한 응원자가 있다는 게 힘이고 살아갈 희망이 된다. 감사하다 그분들이 살아계셔 주셔서. 그분들을 떠올릴 음식은 너무 많다. 그래서 살아가는 게 힘겹다가도 살만하다 싶다.
해드린 게 없는데 받기만 한다는 것은 내가 쌓은 덕도 없고 공도 없는데 받아도 되나 싶은, 그러나 그분들의 성의만큼은 부담이 아닌 감사함으로 받아야 된다 싶은 그런 맘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다. 살아가는 순간 매 순간이 주거니 받거니 한쪽만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란 없는 듯하다. 그래서 '언젠간 나도 이런 상황에서 조금 벗어나 내가 드리고 보답할 기회가 오겠지?' 하곤 한다.
이 외에도 진짜 감사했던 순간은 또 있다.
그 마음을 떠올릴 음식은 전 인연과 먹었던 밀면과 군만두였는데, 그분의 정성을 느끼듯 맛을 음미했고 사진을 찍어 정성스레 남겼다. 그분의 소중하고 신중한 손길과 요리하시던 마음이 보지 않았지만 느껴지던 맛이었다. 무심한 음식은 무심하게. 유심한 음식은 유심하게 마음에 남는다. (그분께 이 책의 표지의 주인공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는 용기를 내어 본다.) 밀면은 새콤달콤하고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물이 당기지도 않는 끝맛이었으며 면의 식감 또한 너무도 적절히 맛있게 쫄깃하게 익어 쫄면과 국수 밀면의 중간정도의 점성이었다. 아삭한 오이와 야채들, 그리고 바삭하지만 지나치게 튀겨지지 않은 군만두의 식감과 질감 또한 너무 좋았고 맛있어서 아직도 입속에 생생히 남는 행복을 주던 맛이었다. 감히 평가하기 부끄러울 만큼의 정성의 맛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감사했다)
다시 돌아와 진짜 힘든 상황, 진짜 마음이 벼랑 끝에 있는 상황에서 '진짜 내 사람, 진짜 내 편'을 알게 된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가고, 살아갈 희망을 찾는다. 여러 가지로 고통이 많고 힘겨운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 이럴 때 우리 조금 살만한 사람이 조금 살아가기 버거운 사람을 일으키고 벼랑 끝에서 끄집어내 주기를. 그렇게 살아갈 힘을 주기를. 바라고 바라본다. 고맙다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순간에도 내 편인 그들, 그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음식사진 하나 없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받아서 그 많은 사진을 기록하기에도 벅찬 감정일 것이다. 마음과 달리 말은 툭툭 무심한 듯 뱉곤 한다. 부드럽게 살자고 외치는 맘속 아우성과는 달리, 겉으로는 투박한 표현이 생각보다 많은 '나'이다.
그래도 살아있어 주시는 동안 잘 보답하게끔, 오래오래 곁에 머물러 주시길 바라본다. ‘고마운 맛'들, 나를 보듬으려 정성 쏟아 대접해 주시고 차려주신 손길들, 그 맛에 '보답해 나가는 멋'을 위해 살아간다. 오랜만이지만 자주 뱉는 대목이다. 그렇게 서로 보듬고, 서로의 인생을 살리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