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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차 한 잔의 따뜻함

벌써 안녕이라니 말이 되지 않지만 안녕입니다.

by 숨고
벌써 안녕이라니
말이 되지 않지만 안녕입니다.

엄마의 약물로 진행되는 항암은 내 마음 한편을 항상 무겁게 한다. 고질병 천식으로 4-5월이면 되살아나는 기침과 쌕쌕거리시는 기관지염 소리에 폐기침 소리는 또 어떠한가. 마음이 무겁지만 이제는 더욱 강하게 마음먹고 배와 생강에 꿀을 절여 청을 만들기도 혹은 얇게 저며 끓여 우려내기도 한다. 파뿌리나 무, 건대추도 넣으면 좋다는데 그것들은 생략이 가능하다. 약을 드시니 매년 알레르기성 천식이 되풀이될 무렵 전 (늦겨울에서 초봄) 한약을 달여 드시며 반쪽이신 폐를 위한 관리를 해오셨는데, 이제 항암 때문에 재발가능성 이슈로 약재를 못 드시다 보니, 몸이 냉해지셨음에도 삼계탕도 약재를 제외해서 드셔야만 한다니.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은 사실 안타깝고 속이 상하는 부분임에는 분명하다.


오늘 엄마의 기침으로 눕기만 해도 숨이 차셔서 새벽 두 시에 깨셔서 바로 눕지 못하시곤 대학병원 호흡기내과의 약을 드셨는데, 그걸 드시고도 한참을 앉아서 졸고 콜록대기를 연신 거듭하셨다. 환우가 아픈데 해줄 수 없다는 것은 가슴이 아프기도 또 이기적인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 상황의 연속인 것만 같아 모순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조심스럽지만, 나로선 최선의 가감 없는 솔직한 표현이다)


그러던 와중 오늘 하루는 바깥 찬 바람, 송진가루 공기를 쐬지 못하셔서 집에만 계셨는데 그 곁을 제대로 지키지는 못했던 나이다. 그래도 다행히 조금 나아지신 컨디션에 드라이브를 나섰는데,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께서 피곤해 보이는 날 보고는 요즘 감기가 유행한다며 내가 감기에 걸린 줄 알고 생강차를 한잔 더 건네주시는 게 아닌가, 감사한 상황이었다. 그런 사소한 나눔, 사소한 배려, 사소한 따스함이 아직 살만한 삶이라는 생각에 희망을 주기도 하고. 더욱 잘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주기도 한다.



감사하다. 살아가는 게 이렇게 작은 감사한 우연, 마음 한 조각들로 밝아지는 기분이니. 절망에 가득 차고 지쳐가다가도 '힘내, 잘 살아내거라'라고 누군가 말해주는 기분이 드니 말이다. 더욱 깊어지고 싶다. 나에게 주어지는 자그마한 친절도 지나치지 않고 만끽하듯 기뻐하고 감사하며. 이렇게 좋아서 기록하고 또 기억한다.


엄마의 컨디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좋아질 것을 믿고, 내 소관이 아님을 항상 명심하며 깨닫고 깨달은 대로 행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우리 그렇게 조금만 내려놓고 살아보자. 다 괜찮다.





안녕하세요. 친애하는 독자님들,

지금까지 <행복식당의 원 플레이트>를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마지막 회인지도 모르고 무심히 글을 쓰고 발행을 눌렀다가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하. (이렇듯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예전 말이고 옛날 사람 같은 용어이지만 컴맹 같은 저랍니다) 이런 저를 바라봐 주시고 지나치지 않고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며 감명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부족한 저이지만 또 다른 책과 연재로 돌아올게요-! 변함없는 성원과 마음 한 겹, 한 겹에 감사를 전합니다. 희망과 소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바라며 그런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은 수필과 시와 작은 한 줄의 글들이 모여 이루어진 한 편들로 다가가겠습니다. 행복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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