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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누리 없는 인생의 맛

by 숨고

수제 햄버거를 먹었던 날이 벌써 수년전이다. 언젠가 들렀던 곳은 k 도시의 한 가오픈 한 수제 햄버거 집이었는데, 가오픈이라 이런저런 혜택이 많았고 더욱 초심이셔서 친절함으로 대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가보진 않았지만 가오픈이라 그런가 더 혜택을 받은 기분에 가볍게 좋은 시간이었지 하며 돌아섰던 길이 기억된다.



오랜만에 부모님과의 대화 속에서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고 간다. '에누리 없는 인생'이라는 표현을 엄마께서 쓰셨는데, 정말 그러한가 싶었다. 근데 정말 그렇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정말 '이건 내 수중에서 사치다' 싶은 음식을 대접해 주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정말 아낌없이 먹을 것으로 풍요와 풍족함을 채워주던 사람이었다. 미화일지는 모르지만 그 부분만큼은 진정성 있게 다가왔던 부분 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베풀던 그 와의 만남에서 왜 나는 이제 와서 그 모든 게 '에누리는 없음'이라고 느낄까. 그건 마치 내가 그만큼 받은 걸 생각하면 그만큼 아파해야 했기때문에 그 대가는 참혹했다 싶다는 것이다.




주거니 받거니 해도, 우리는 영영 받기만 하거나 누가 주기만 하지 않는다. 인생에 순간순간에서 우리가 각자 지불하는 대가가 언젠가는 할인이 되기도 해서 조금 혜택을 얻기도 하지만, 또 언젠가는 다른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가 온다는 것. 그 점이 에누리 없는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삶에게 억지로 받아낼 것도, 억지로 더 줄 것도 없다. 그저 그냥 흐르는 대로 소소하게 마음이 내키는 대로 자연스레 주고받는 게 인생 같다. 삶에게 우리는 어떤 에누리를 얻었는가.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가. 완벽하게 태어난 사람도 없듯, 흠도 없고 틈도 없는 사람도 인생도 없는 것 같다. 그저 그렇게 에누리 없는 인생을 살금살금 오랜만에 먹는 조금은 짭조름하던 수제 햄버거를 맛보듯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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