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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고 Dec 27. 2024

엄마의 유방암 판정


2024년을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내게 있어서 한 해는 이러하다. 뭍으로 나와 육지살이, 엄마의 유방암, 새 직장, 그의 바다, 이별, 마지막학기 등등 이 있다. 너무 많이 나열하기는 그렇지만 굵직이 명명하자면 이러하다. 그중에도 6월에 있던 엄마의 유방암 판정은 우리 온 가족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엄마는 이유 없이 겨드랑이 림프절에 뭐가 잡힌다는 말을 종종 하셨는데 어깨와 팔이 아프신 것 또한 직업병이라고만 생각했고 나는 정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하였다. 모든 검사와 병원 선정부터 일사천리로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고 정말 특히 더웠던 올 해의 더위를 덮을 만큼의 파도가 우리 집에 지나갔다.


전이여부와 전이개수, 성질, 유전자검사결과 등 모든 것들이 엄마의 치료방향을 좌우한다 하였고, 우리는 초기 검사에서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 4cm이고 2기 정도라는 생각보다 다행스러운 결과를 받았다. 브로카 유전자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기에 한시름 맘을 놓았고, 재발과 전이율은 있으며 난소와 자궁암 1-3촌 염색체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는 우리 셋을 모두 수유를 하지 못하셨었고, 노산이셨기에 그 조건 또한 유방암에 쉽게 걸릴 조건 중 하나였다고 보였다. (미리 진료 전에 체크를 하더라) 우리 삼 남매 모두 같은 자녀이지만 여성암이기에 우리 딸들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


엄마의 가장 큰 지병인 심방세동과 부정맥 때문에 드시고 있는 약들과 호흡기장애로 인해 폐가 반밖에 되지 않으셔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막막하고 교수님들마다의 수술 전 상담이 길어지곤 했다. 낙척 전이었던 엄마는 잠은 잘 주무셨지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셨는지 이석증이 오시며 아파트가 추락할 것 같이 흔들리고 바닥이 울리며 어지러워 앉지도 못하시는 극심한 어지러움증에 시달리시다가 수술 전 4일 인하대 응급실로 후송되시기도 하셨고, 하마터전 이석증 약 때문에 중단해야 하는 약문제로 수술이 예정보다 더 미뤄질 뻔했으나 우리는 다행히 7월 5일 정상적으로 수술을 새벽 7시에 들어가게 되었다.


교수님을 잘 만나게 되어 감사히도 막상 부위를 열어보니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고 8cm를 가로로 도려내어 깊이 파내야 했다. 엄마는 그 후로 식단제약 식욕부진 등등으로 기력이 쇠하셨고, 결국 지병과 연세로 인해 항암치료를 진행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우리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지만 엄마 앞에서 결코 내색할 수 없었다. 비록 불씨를 당장 덮는 것이 항암을 하지 않으니 좋을지 몰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씨가 있어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1월이면 수술 후 6개월 차의 진료를 가시는데, 감사히도 전체 절단이 아닌 부분절개로 수술을 해주셔서 어깨나 허리 코어가 무너지는 악순환을 면했기에 교수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엄마께서는 연신 말씀하셨다. 고마우신 교수님이시라고.


그 후로 엄마는 보조치료로 방사선치료를 20회 정도 꾸준히 받으셨고 그 와중에서 알로에, 알칼리이온수, 삶은 음식 먹기, 소식하기 등등의 노력을 계속하셨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살 의지가 있고, 살려는 마음으로 버텨주고 이겨내주고 있어서 나는 교수님도 교수님이지만 우리 엄마자신에게 너무 고맙다. 나라면 저렇게 씩씩할 수 있을까? 지금도 독감으로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간단한 타이레놀과 약으로 버티신다. (암환우, 특히 주마다 먹는 여성호르몬 치료제를 먹는 환우는 아파도 쓸 약이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런 우리 엄마를 위해서라도 나는 내 삶을 더욱 이쁘게 가꿔야 한다. 내가 행복해야 엄마가 행복하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세어보지 말고 지금 하루라도 더 사랑하고 기뻐하고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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