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열정보다 중요한 동기의 설계와 훈련
많은 사람들이 동기를 타고나는 성향으로 이해한다. 어떤 사람은 특별히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누가 시켜야 겨우 일에 착수한다. 또 어떤 사람은 아무리 자극을 줘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스타일이야”라고 말한다. 마치 개인마다 고정된 동기 유형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뇌과학과 심리학이 말하는 현실과는 다르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발화자(내적동기로 인해 스스로 불타는 사람)’, ‘수동발화자(외적 동기에 반응하는 사람)’, ‘발화불가자(동기가 없는 사람)’라는 구분은 타고난 성격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다. 이는 지금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어떤 경험을 축적해 왔는지,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일시적 상태다.
누군가는 지금은 발화불가자일 수 있다. 일이 재미없고 의미도 모르겠고, 시켜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고, 누군가 자신에게 적절한 맥락을 제공해 준다면, 그는 수동발화자가 되고, 점차 스스로 움직이는 자연발화자의 상태로 이동할 수도 있다. 반대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던 사람도 통제 중심의 조직에 오래 머물다 보면 스스로 결정을 미루고 타인의 지시에만 반응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이러한 변화 가능성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우리의 뇌는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다. 경험과 학습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유연한 기관이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특히 도파민 회로, 전전두엽, 전대상피질(ACC)처럼 동기와 자기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주요 영역들은 반복적인 자극과 피드백을 통해 구조와 연결 방식을 바꾼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의미를 느끼는 학습’을 반복한 집단에서 해마와 보상 회로 간 연결성이 강화된다는 상관적 결과가 있다. 다시 말해, 단지 반복적으로 의미 있는 학습과 경험을 제공받았을 뿐인데, 그들의 뇌 구조 자체가 스스로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재편된 것이다. 이 발견은 사람의 동기가 타고나는 성향이 아니라, 충분히 훈련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나 조직 안에서는 이런 ‘의미 중심 학습’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은 단순하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이 왜 중요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가’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피드백을 단순한 칭찬으로 끝내지 않고, 구성원의 역할이 팀과 회사, 고객에게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맡은 자료 정리 덕분에 우리가 고객에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그게 계약으로 이어졌어요”라고 말해주는 건 단순한 ‘잘했어요’보다 훨씬 큰 동기 회로를 자극한다.
둘째, 자율성을 존중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일이 주어졌을 때 그 목표는 제시하되, 방식은 구성원이 선택하게 하면 몰입도가 달라진다. 일정을 어떻게 짜고,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 일은 단지 시키는 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된다.
셋째, 숫자 중심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피드백이 중요하다. “성과가 잘 나왔네요”보다는 “이 일은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실수를 줄이려고 세 번이나 체크했더군요. 그 판단이 결국 정확도를 높인 거예요”라는 말이 훨씬 강력하다. 뇌는 결과보다 과정과 노력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런 피드백이 반복될수록 동기 회로가 강해진다.
물론 이런 설계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복과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조직이 피드백 구조를 몇 번 시도해 보고 “별 효과 없다”며 포기한다. 하지만 동기는 단발성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 뇌는 반복과 축적, 그리고 일관된 환경에 반응한다. 현장 코칭 · 교육 프로그램 사례를 보면, 8~12주 동안 의미 중심 피드백과 높은 자율성을 꾸준히 제공했을 때 일부 구성원에게서 동기 행동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되기도 한다.
초기 변화는 작지만 분명하다. 지시 없이 스스로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질문과 제안을 자주 하게 되고, “이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스스로 언급하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 뇌 안에 새로운 회로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기 부여’나 ‘동기 관리’는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 개념이다. 사람의 뇌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넣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동기를 넣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회로를 설계해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동기를 다룰 때 가장 정확한 표현은 ‘동기 설계’다. 스스로 움직이고 싶어지는 감정, 몰입하고 싶은 이유, 의미를 느끼는 경험. 이것들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동기를 만드는 일의 본질이다.
결국 자연발화자는 ‘타고난 열정가’가 아니다. 의미 중심의 환경 속에서, 반복 가능한 피드백과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성장한 결과다. 성과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결국 어떤 구조 속에 그를 놓아주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