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의 성과는 결국 개인의 능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말이 그 믿음을 대표한다. 하지만 실제로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하나같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 다룬다. 성과는 개인이 혼자 만든 결과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작은 협력과 연결의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연결은 단순한 친목의 문제가 아니라, 뇌 속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반응과 직결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생기면 뇌에서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협업의 기초를 만든다. 옥시토신은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신뢰가 형성된 팀에서는 정보 공유가 막힘 없이 이뤄지고, 문제 해결 속도도 빨라진다. 단순한 업무 전달이 아닌 적극적인 아이디어 교환이 가능해지며, 실질적인 퍼포먼스 향상으로 이어진다.
‘세로토닌’은 정서적 안정을 유지시켜 주는 물질이다. 세로토닌 수치가 안정되면 구성원은 감정 기복 없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안정감은 어디서 오는가? 다름 아닌 동료의 진심 어린 인사 한마디, 점심시간의 소소한 대화, “오늘 괜찮아?” 같은 가벼운 관심에서 시작된다. 이런 교류는 겉보기엔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팀 전체의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여기에 ‘엔도르핀’이 더해지면, 성과에 필요한 창의성과 회복력이 생긴다. 유쾌한 분위기, 회의 중의 웃음, 팀 행사에서의 즐거운 경험은 모두 엔도르핀 분비를 자극한다.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다. 덕분에 복잡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에도 쉽게 위축되지 않고, 새로운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성과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관계를 자연스럽게 맺는 것은 아니다. 조직 안에는 여전히 혼자 일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팀 활동을 최소화하고, 점심도 혼자 먹고, 동료와의 대화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이들은 흔히 “나는 실력으로 증명한다”라고 말하지만, 뇌는 그렇게 반응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줄어들면 옥시토신과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고,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 결과적으로 팀 내에서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협업이 중요한 순간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고립된 방식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결과라는 점이다. 무관심한 조직 문화는 누구든 쉽게 고립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조직은 의도적으로 관계를 촉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개인도 작은 행동부터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번 동료의 안부를 묻거나, 회의 전 짧은 스몰토크를 시도하고, 피드백을 줄 때는 결과뿐 아니라 노력에 대한 언급을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뇌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런 행동은 단순한 매너가 아니라, 뇌의 생화학적 구조를 바꾸고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조직 습관이 된다.
회사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는다는 것은 곧 성과를 높이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관계는 감정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략의 영역이기도 하다. 감정적으로 연결된 팀은 더 오래, 더 유연하게, 더 높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결국 조직의 성과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또 다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