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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전염

by DJ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별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외모나 화려한 이력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묘한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가까이 있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긴장을 풀게 되고, 왠지 모를 동기와 의욕이 생깁니다.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열정’이 있습니다.


열정은 겉으로 보기엔 격렬한 감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아주 섬세한 결심에서 비롯됩니다. 단순히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해내고야 말겠다’는 내면의 다짐이 만든 지속의 힘입니다. 그래서 진짜 열정은 조용하고 묵직합니다. 말로 떠들지 않아도 그 사람의 표정과 자세, 눈빛에 자연스럽게 배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열정은 놀라울 정도로 쉽게 전염됩니다.


한 번은 회사에서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게 된 적이 있습니다.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초기의 계획은 번번이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러던 중, 팀장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팀장은 누구보다 일에 몰두하고 전략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며 빠르게 방향을 설정해 나갔습니다.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날들이 반복됐지만, 어느 순간 우리 팀 모두는 그 팀장의 뒤를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 또한 처음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안, 그의 태도에 이끌리고 그 열정에 물들어 갔습니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하루하루를 불태웠습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거두었고, 팀장은 물론 저 역시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 안에 남은 것은, 그 사람을 통해 경험한 ‘열정’이라는 감정이었습니다.


이렇듯 열정의 전염은 단순한 감정의 공유를 넘어, 아주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마음을 움직이고, 관점을 흔들고, 결국에는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나도 한 번 해볼까?”, “저렇게 몰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면, 이미 그 사람의 열정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닿은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그런 열정을 전염시키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는 것, 꾸준히 글을 쓰고 세상과 나누는 것,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그 모습이 누군가에겐 잊히지 않는 장면이 됩니다. 그 장면은 어느 날 문득, 또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작은 불씨가 되어 피어날지도 모릅니다.


열정은 전염됩니다. 빠르게 퍼질 수도 있고, 아주 천천히 스며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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