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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지 않는 삶

by DJ

나는 속도를 내지 않는 삶을 살것입니다. 목표를 세우되 조급하게 달성하려 들지 않으며, 그 목표를 이유로 무리한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계획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목표란 나를 다그치는 채찍이 아니라 방향을 알려주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의 걸음이 느려 보이더라도 이 방향이 옳다는 확신 속에서 하루를 살아갑니다.


나는 매일을 쌓아가듯 살아갑니다. 하루하루를 놓고 보면 아무런 발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스스로에게도 오늘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게 되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그리고 1년과 2년이 지나 뒤돌아보면 분명한 변화가 있습니다. 나는 조직 안에서 눈에 띄게 성장해 있고, 판단은 깊어졌으며, 나를 향한 신뢰도 조금씩 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차분한 자신감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는 일을 대충 하지 않습니다. 상황을 쉽게 넘기지 않고, 선택의 순간마다 이유와 맥락을 충분히 살핍니다. 빠른 결정보다 올바른 결정을 우선하며, 요령보다 책임을 선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속도는 더뎌 보일 수 있으나 결과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내린 결정은 결국 현장을 안정시키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일을 앞으로 밀어 나갑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를 성공이라는 목표에 조금씩 가까이 데려다줍니다. 나는 급하게 위로 끌어올려지는 성공을 원하지 않습니다. 순간적인 성취에서 오는 도파민에 기대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 성공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지는 성공을 선택합니다. 매일의 작은 축적이 어느 순간 관성이 되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삶을 믿습니다.


내 삶은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천천히 자라는 나무와 닮아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장은 더디고, 어느 날 갑자기 크게 자란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뿌리는 오랜 시간 깊게 내려져 있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충분히 단단해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나무처럼 성장하고 싶습니다.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깊이 뿌리내리고, 때가 왔을 때 크게 가지를 뻗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결정 앞에서 망설이지도 않습니다.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멈춘다는 뜻이 아니라, 방향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태도입니다. 오늘의 한 걸음이 작아 보일지라도, 그 걸음들이 쌓여 결국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갈 것임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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