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란 무엇일까? 단순히 누군가의 잘못을 잊어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 상처를 초월하는 행위일까? 용서는 가볍게 이루어지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용서는 본질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을 포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용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 진정한 믿음인 것처럼, 용서 또한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어야 한다. 상대방이 사과하든 하지 않든, 보상하든 하지 않든, 진정한 용서는 조건 없이 이루어진다. 이는 정의와는 다르다. 정의는 응징과 보복, 보상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용서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한 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용서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용서는 의무가 아니며, 강요될 수도 없다. 어떤 상황에서는 용서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용서는 오로지 상처받은 사람의 선택이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용서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혹은 그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용서는 완전한 해방이다. 그것은 과거의 고통을 더 이상 삶의 중심에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상처받은 마음을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감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용서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용서를 통해 과거의 무게를 덜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 그것이야말로 용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당신이 용서를 구한 후 내가 말하는 몇 가지 행동을 한다면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라는 조건을 붙이는 것은 진정한 용서가 아니다 -자크 데리다-